새 차를 출고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얼마나 차에 애지 중지인지... 이 마음은 새 차를 산 오너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새 차 출고받은 지 2일째 되던 날, 흴스크래치를 먹었다면? 그랬다... 엄청 맴찢이었다. 그것은 우리 아파트의 '지옥의 동굴' 때문이었다.
웰컴투 지옥의 동굴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은 좌측방향으로 도는 나선형 회전식 진입로 방식의 입구였다. 예전에 구형 준중형 세단 운전할 때는 좀 좁은 느낌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갈만 했다. 아오.. 그런데 XC60으로 바꾸고 나니... 처음에 크기의 차이 때문에 감이 안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형 세단에는 없었던 충돌 감지센서 등의 소리가 겁나게 큰소리로 차 안에 울려 퍼지니 벌벌 기어 다니듯이 운전했다. 전투기 영화 보면 미쓸 Lock On 당할 때 뚜뚜뚜뚜 삐삐 뚜~~~~~~ 하는 그런 소리들이다. (볼보만 그런건가, 다른 브랜드도 그런가... 센서음 볼륨 기본값 셋팅이 크게 설정되어 있다. 새차라 기본값으로 탔던 그런 시기...)그거 때문에 '나만의 운전'을 제대로 못했다. 그리고 새 차 느낌 아니까! 행여라도 긁을까 봐 조심조심 운전하다 보니 더욱 왕초보같이 운전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우리 볼킷 휠에 스크래치. 마이 헐트도 스크래치.
지하주차장 들어가다 좌측 뒷바퀴 휠을 연석에 긁어먹은 것이다. 그것도 출고 2일 만에!! 출고 2일 만에!!! 으앙 ... 우리 볼킷!! 완전 맴찢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왜 굳이 들어가야만 했냐면 XC60 T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기는 지하주차장에만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ㅠㅠ. 한동안 다른 데는 안 보이고 휠만 보였다. 그래서 휠 복원 집도 알아보고 막 그랬다. 그런데... 다른 오너님들은 '휠은 신발'이라고들 하시더라. (아주 비싼 신발이네 ㅎㅎ 예전 국딩 때 나이끼 마이클 조던 농구화 저리 가라 할 정도ㅎㅎ ) 앞으로 계속 긁어먹을 것 같았다. 복원해서 또 긁으면 생돈 날리고 또 마상 입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원하게 많이 긁어먹은 다음 한꺼번에 복원하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져 갔다.
휠을 긁어먹은 날 이후 나는 우리 아파트 들어가는 좁은 진입로를 '지옥의 동굴'이라 명명했다. 그렇다, 그만큼 겁나고 싫었다. 진입 한번 하려면 각오하고 초긴장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월닝! 월닝! 인커밍 미쓸! 뚜뚜뚜뚜 삐~~~!
처음에는 360도 어라운드뷰를 켜고, 양 백미러는 아래를 향하게 하여 휠의 연석이 닿지 않는지 계속 확인해가며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였다. 왼쪽 휠을 안 닿고 가자니 오른쪽 범퍼를 긁어먹을 것 같고, 센서 경고음은 무섭게 울려대고... 오른쪽 범퍼를 조심하려니 왼쪽 휠이 신경 쓰이고... 진땀 빼며 스티어링을 왼쪽 오른쪽 바쁘게... 움직이며 겨우 내려갔다. 안 긁고 내려가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내쉬어지며 '오늘도 무사히!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 달 정도를 이런 방식으로 내려간 것 갔었던 거 같다. 그 와중에 뒤차가 따라 진입하는 경우 더 멘붕이었던 건 안비밀... 그런데 한 달 정도 XC60을 타보니 센서가 울리는 거리감을 알 수 있었다. 차폭도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전을 해봤다. 백미러도 아래로 내리지 않고, 360도 어라운드 뷰도 안 켜고 오로지 내가 지금까지 익힌 XC60의 차량 운전감으로 내려가 보즈아!! 결과는 썩쎄쓰! 아하 요론 감이구나! XC60의 크기 감이 익숙해졌다. 센서 경고음의 발생 거리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곳에서 소리가 날 때 내려서 보고 거리의 감을 파악했던 것 것도 도감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하 이 정도 거리일 때 뚜뚜뚜 이 정도 거리일 때 '삐~~~~~~' 길게 소리 나는구나. 그래서 성공한 날이후에는 오히려 그 경고음을 가이드로 라인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아 여기서 삐 소리 나면 살짝만 꺾어주면 되겠다.라는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동굴'도 이제는 익숙하게 감으로만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새 차의 여러 가지 장치의 낯섦, 차량 체급의 차이, 조심스러운 마음... 이런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휠 스크래치를 먹으면서 진정한 내차가 되었다. 좋게 좋게 생각하면 휠 스크래치 먹은 것만으로 끝난 게 다행이고, 일종의 액땜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차들도 보니 휠 스크래치 먹은 차량들이 왕왕 보였다. (다들 그렇게 타는구나.ㅎㅎㅎ) 하긴, 전에 타전 세단도 휠 스크래치를 먹긴 했었지.(아니 왜 아반떼는 벌써 잊은 거예요? 아.. 아니... 미안..) 시간이 지나니 차츰차츰 신경이 안 써지는, 얼핏 보면 눈에 안 보이는 마법 같은 효과가 일어났다...
이제는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지옥의 동굴'이라 부른다. 아내는 아직 '지옥의 동굴'이 무서워 한 번도 자신이 몰고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지옥의 동굴 진입을 마스터하는 날 이 악명이 해제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