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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여정기_인연편3/볼보는 최악의 브랜드였습니다.

선넘는 미친 대기 기간은 최악의 볼보 여정입니다

by 볼타재

자기, 차말이야. 다른 곳에도 계약을 걸자.



아내가 나에게 갑자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응? 다른곳에 계약을 걸어? 왜? 저는 처음에 왜 계약을 다른곳에 거는지 몰랐습니다.



"다들 그렇게 한데. 대기기간이 기니까, 최소 두군데는 걸어놓고 먼저 차 나오는 곳에서 받는거야."



저는 순진한 건지, 순수한건지... 그 말을 듣고 머뭇거렸습니다. 아내는 왜그러냐고 했죠. 저는 사실 처음 계약한 판매사의 딜러님이 설명도 잘해주시고, 신뢰감이 있어서 다른 곳에 계약하는 것이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딜러님께 "으리" 내지는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아내는 나보고 전혀 그럴 필요 없다면서 한소리를 했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제가 힘이 있나요.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다른 판매사에서 XC60 추가 계약을 걸었습니다.


두번째 판매사의 딜러님은 첫번째 딜러님과는 달리 조금더 젊고 직급도 낮아서 그런지. 음... 뭐랄까 왠지 좀 편하고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량 소식 관련하여 몇몇 첩보(?)도 들려주고 말이죠. 첫번째 딜러님은 다소 사무적이면서도 슈퍼프로(라 쓰고고 고인물이라 한다)의 냄새가 난다면 두번째 딜러님은 좀 친근하면서도 편하게 얘기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고도의 영업 전략인지도 몰러...) 첫번째 계약한 전시장의 경험은 일단 주차안내부터 친절하게 마음 편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구요 ("똥차"를 끌고 가도 정중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조흔 매너!). 무엇보다도 지하의 주차장이 칸이 넓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매장안은 규모가 좀 커서 그런지 응대시설이 좋았고, 공간이 트여있어서 시원한 느낌이었고, 한공간에서 많은 차량을 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면 두번째 계약한 전시장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전시장인데, 부지확보를 많이 못한 탓인지 전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느낌이고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구요. 주차의 경험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이 좁아서 그런 이유도 있는것 같구요. 전시장도 한층에 차량이 두 대만 있어서, 처음에는 이게 다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요. 최근에야 2층에도 전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출고하는데 전혀 상관없는 뽀인뜨입니다. (아... 글쓰다 보니 삼천포로 빠졌자너...)


img_01.jpg 전시장별 경험, 딜러님별 성향은 각각의 특색이 있더라구요. (출처:https://www.volvocars.com/)


암튼 계약을 걸고나니 아내 말대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차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한것이니까요. 사실... 대기기간이 짧으면 이럴 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차를 하나 사려면 6개월~1년 6개월(제가 본 최장 대기기간)까지 기다리는 볼보라는 브랜드는 이런점에서는 정말 최악의 경험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상황에는 정말 상극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2~3개의 다른 판매사에 중복 계약을 거는 방법이 현실적인 최선안이라 생각합니다. 딜러님을 닥달할 수도 없고(딜러님도 한명의 직원일뿐이니까요.), 볼보 본사나 볼보 코리아에 의견을 표명해도 매뉴얼적인 답변만 받고 실질적으로는 회사측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볼보코리아에서는 서비스 센타를 확충한 후에 물량을 풀어야 고객들이 사후 서비스를 받는데 불편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기는 합니다. 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대기기간은 너무나 힘든걸!" "돈이 있는데 왜 차를 사지 못하니!"



두번째 판매사에 계약 후 얼마 가지 않아 사건이 3개 터집니다.


NISI20200728_0000571331_web.jpg 볼보는 사고나면 그게 광고. 아까운 XC90. ㅠㅠ (출처: https://newsis.com/)


사건1. XC90의 오너인 모 아나운서 가족의 교통사고. XC90과 2.5톤 트럭의 충돌사고였지요. 당시 큰 사고였는데, 이 사고에서 볼보는 마케팅 대박을 터뜨립니다. 볼보는 광고가 필요없습니다. 그냥 사고나는게 광고에요. XC90에 탑승하고 있던 아나운서 가족은 부상이 거의 없었고, 오히려 트럭 운전사가 다리에 큰부상을 입었죠. 이 사고에서 "볼보=안전"이라는 레알 광고를 하게되는 계기가 되면서, 볼보차량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계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저는 조금만 늦었더라면 "지옥의 대기순번"을 받을 뻔했습니다. 결과론 적이지만...역시 남자는 아내말 들어서 손해보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네...대부분은 말이죠.ㅎㅎ) 지금 생각만해도 단 며칠 차이였던거 같은데... 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xc60_B5_db.jpg XC60 B5 데님블루나 오스뮴그레이를 원했었는데...(출처:https://www.volvocars.com/)


사건2. 제가 계약한 XC60 T5의 출시 연기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 당초 예정되었던 2020년 9월, 10월 제가 계약한 XC60 T5 모델을 비롯한 전 라인업이 볼보 본사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XC60 B5로 변경되고, 이는 2021년 3월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저를 비롯한 대기 고객들 입장에서는 x통수적인 통보를 당합니다. 디젤 모델 앞순번에서 저보다 먼저 대기하고 있던 분들의 경우 이렇게 되면 1년이 넘어버리는 "기픈 빡침적' 대기기간의 연장인 것입니다. 어이쿠..털썩.... ㅠㅠ....좌절도 잠시. 생각을 고쳐먹기로 합니다. 어차피 뒤늦게 계약 들어간 XC60이기 때문에 기존에 정해진 일정대로 출시되었다 해도 뒷순번에 따라 늦게 받았을 것이고, 또한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되면 엔진도 좋아지고 연비도 좋아지고, 전체적인 주행감도 좋아지니, 관점을 달리 보면 이득이라는 "멘탈 트렌스포메이숀"을 합니다.(무슨 디지탈 트랜스포메이션도 아니고..)





xc60_Rd.jpg 고급 인테리어 옵션이 빠져도 XC60 T8 RD도 나름 매력있다구요^^ (출처:https://www.volvocars.com/)


사건3. XC60 출시 일정 연기에 따라, 대기고객들의 원성을 달래줄 대안이 제시되는데...이게 바로 "XC60 T8 R디자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출시였습니다. 런칭 후 "완판"의 기록을 달성하지만, 사실, 알만한 분들은 욕하기 바뻤습니다. 나오란 XC60 T5, T6은 안나오고 옵션(크리스탈 기어노브, B&W 사운드시스템, 나파가죽, 통풍, 안마 시트) 다 빼먹은 R디자인을 팔아먹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나름 까임방지권인거 같긴했는데 말이죠. 그러고도 1000만원이나 싸다구! 하다가 싸다구 맞았죠... 암튼 대기고객들은 일단 원래 얘기된 모델의 출시 연기로 인해 그런것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죠. 저도 아내한테 슬쩍 얘기해봤습니다. 대번에 통풍시트, 안마시트가 없다는거에 "닥치고 그냥 존버!"였습니다. 네 당시가 다 이런 여론이었습니다.



계약후 1개월은 새차를 계약했다는 마음과 새차에 대한 검색과 공부로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이후 2~3개월 동안은 정말 힘들고 기분 나쁜 마음으로 대기기간을 보냈습니다. 볼보 코리아나 판매사에서는 긴 대기기간을 인고하는 계약 고객들에게 "긴 대기기간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볼보 코리아인가... 볼보 본사인가... 암튼 전시장의 소품하나, 시설 하나도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딜러님께 들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까다롭게 "눈에 보이는 요소"는 세세한 가이드라인까지 정의하면서 왜 긴 대기기간을 인고하는 고객의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렇게 무뚝뚝한가요? 저의 경험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말하겠습니다. 저는 볼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차량 구매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기기간이 엄청 깁니다. 네, 대기기간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러면,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대기순번이나 진행상황에 대해서 고객에게 연락을 하여 알려주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말이죠. 제가 갑질하는건가요? 제가 뭐 큰걸 바랬나요? 네, 뭐 라구요? 대기 순번이 업데이트안되고 전산화 되지 않아서 그렇다구요? 그러면 그런상태라도 한달에 한번은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저는 일단 계속 기다렸어요. 딜러님의 연락을요! 영업에 바쁘신거 같아 제가 방해드리는것 같아서 딜러님의 영업관리에 따라 한달에 한번은 순번을 알려줄거라 생각했어요.



아니 그런데 왜 딜러님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인가요?



딜러님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에는 제가 먼저 연락을 하여 순번진행사항을 문의했습니다. 딜러님은 이렇게 말해요, "아, 고객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 했습니다." 이 말 상당히 기분 나쁩니다. 카페에서 어떤 딜러님은 기프티콘도 보내고 명절 안부인사도 드린다고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더욱 비교 되고 화가 나고 짜증났습니다. 그런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진행상태에 대해서 고객이 대기기간에 답답해하지 않도록 한달에 한번은 계약사항에 대해서 순번이 변동 없어도 연락을 해줘야 하는거.그걸 바랬어요. 그거 어렵지 않자나요. 저의 경험담을 사례 삼아서 커뮤니케이션의 차이가 딜러님의 성향에 따라 케바케가 되지 않도록 볼보코리아 차원에서 긴 대기기간의 부정적인 경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공식화하고, 영업최전선에서 고객의 소통점인 딜러님들께 최소 일관성 있는 고객응대가 될 수 있는, 그 소품 하나 하나까지도 신경쓰는 차원의 시스템적인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 이런 저혼자 갑자기 풀발장전해서 건의글처럼 되어버렸네요. ㅠㅠ 긴 대기기간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로딩이 되면서 오토홀드가 안되었어요.


사실... 초기에는 딜러님이 밉고 화가 났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도 금방 깨달았습니다. 딜러님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또한 "딜러님의 고객님"은 저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딜러님이 계약한 고객님들이 으을마나 많겠어요. 그 많은 고객님들에게 한달에 한번 연락을 하는 것도 "곱하기 고객수" 하면 아마 엄청 힘들겁니다....(지만, 그래도 그게 딜러님의 일 아닙니껴?) 사실 글 초반에 적었던것 처럼 제가 순진한마음에 딜러님의 계약에 대한 "으리"를 지키려고 했던차에 다른 판매사에 계약을 한 저도 딜러님에게 뭐라할 건 아니었습니다. 내가 막 그냥 확 그냥 A딜러님에게 "갑질"했다가 그 딜러님 계약 취소하고 B딜러님 계약으로 출고 받으면 그 딜러님 입장에서도 저는 "썅놈"이니까요. (그렇게 안했어도 A딜러님은 내가 미울지도 몰라...ㅠㅠ) 그냥 적당한 선을 지키는 한에서 필요한 만큼만 문의하고 요청하면 되는 거시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제가 딜러님에게 먼저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급한놈이 우물파야하는 것이고, 읍아수유입니다.... 딜러님의 입장에서 전화안하고 가만히 있는 고객님은 "아, 내가 연락안해도 계약을 잘 유지해주고 계시니 관리를 안해도 되는 조흔 고객님이시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필요시 즉시 즉시 문자보내고 전화하고 순번을 캐묻고, 혹시 모를 정보가 없나 괜히 전화도 해보고 했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볼보 대기기간의 이치를 깨달으며, 보살클라쓰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도 나름대로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관심의 줄타기를 하며 일상을 바쁘게 보내면서 긴 대기의 터널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터널에는 생각지도 못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는데요......


(다음 볼보 여정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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