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를 포기할 생각으로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았다
누구인가? 누가 퍽소리를 내었어?
"미친 대기기간"의 긴 터널을 보살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걸어가고 있을 때, 2020년 10월 이후부터... S시리즈와 V시리즈의 B계열 엔진... 그러니까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S60, S90, V60, V90의 B5 전 모델에서 주행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퍽" 소리가 발생하는 일이 생깁니다. XC40 B모델은 제외하고 말이죠. 퍽소리의 공통점은 B&W스피커가 탑재된 마일드하이브리드 차량에서만 퍽소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증상이 대부분의 해당 차량에 나타나면서 오너분들이 퍽소리를 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데이터수집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볼보 커뮤니티에 퍽소리 신고게시판까지 생겼습니다.
저는 아직 대기 기간중이었고, 출고일은 아직 멀었으니 일단 강건너 불구경의 마음으로 해당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습니다. 엔진이나 중요 부품의 결함이 아니었기에, 또한 해당 상황이 다수 리포트 되고 있으니 결국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차분히 대기하고 있었죠. 그 분께서 이 상황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아내: 자기, 볼보차에서 퍽소리 난다는데... 알고 있어?
나: 아, 응. 알고 있어, 그거 뭐... 해결 되겠지.
아내: 우리 차받을 때도 해결 안되어 있으면 어떡해? 불안한데...
나: 엔진이나 중요한 부품의 결함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아니고, 스피커 문제니까 해결책 나오겠지.
아내: 스피커 문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
다음날 A딜러님께 전화를 하여 알아봤습니다. A딜러님도 퍽소리 이슈는 알고 있었으며, 해당 이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볼보카페에 적당한 무관심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터라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완전한 해결이 안되고 횟수만 조금 줄이는 정도라 고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아내에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런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에도 퍽소리는 계속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A딜러님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만... 상부(?)의 지침에 매뉴얼적인 "고객대응"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내도 걱정이 컸는지, 카페의 "퍽소리" 키워드를 등록하여 퍽소리 관련 글이 올라올때 마다 글을 확인하고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습니다.
"난 이 퍽소리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볼보차 인수 거부할꺼야.해결도 언제될지 모르면, 다른 차까지 알아봐야 되는거 아니야?, 내가 운전하다가 퍽소리 때문에 놀라서 사고 나면 어떡할거야?"
아내의 급기야 최악의 경우까지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말에 "공감을 하긴" 했습니다. 운전이 미숙한 아내는 조그마한 차량 내외 상황도 거의 멘붕급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저와는 생각과 "관점"자체가 달랐습니다. 저는 퍽소리는 일단 감내하고 타면서 볼보에서 "언젠가는"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언젠가는... 안전문자 이슈해결에도 1년 가까이 걸리긴 했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줬으니까요. 그래도 우리가족이 불의의 사고가 발생 했을때 우리 가족 안전을 지켜줄 차는 볼보 밖에 없다는 생각이 저의 관점이었습니다. 아내 말처럼 다른 브랜드로 바꾼다는 것은 저에게도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조금 큰 사고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당시는 자녀는 첫째만 있었을 때였고, 차에는 아내와 어머니까지 타고 계셨었습니다. 그 사고의 기억은 제 뇌리와 마음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다행이 모두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자칫 속도를 더내었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저는 큰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이 상당기간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제 자신을 용서할 수도 없었죠. 그 사고의 경험은 저에게 [기업의 태생부터 지금까지 뼛속까지 스며 들어 있는 "안전철학"이 반영된 볼보 차량]만이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 최선(완벽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의 방어책이라는 관점이 형성됩니다. 이전 볼보 여정기에서 A딜러님의 볼보의 안전철학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래 맞아! 안전이 최고지!"라고 말했던것은 사실 이 경험이 작동되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나의 사고에 대한 경험과 볼보가 얼마나 안전한 차인지 "설명"을 했습니다. 볼보의 안전테스트를 예로 들며, "앞으로 까도, 옆으로 까도, 뒤로 까도, 비껴 까도" 안전한 차가 볼보라고, 우리 안전을 지켜줄 차는 볼보가 최선이라고... 2021년 1월 볼보코리아 이윤모 대표님의 신년사에도 퍽소리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을 하겠다라는 소식도 얘기했지만 아내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급기야 저에게 화를 내었습니다. 아내의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서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대안의 행동을 해주길 바라는 남편으로서의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아내가 그런말을 하면, "그래, 그럼 다른 차도 알아봐야겠네..." 라는 아내의 걱정에 진심으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안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이후로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당신은 볼보 포기 안할거잖아."라는 아내의 말은 필살 팩폭이었고, 저는 그 필살기에 완패를 당했습니다.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안전 때문에 선택한 볼보인데, 퍽소리 때문에 아내의 안전운행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말이죠....
이 후 A딜러님, B딜러님에게 아내의 걱정을 얘기하면서 퍽소리에 대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인수 거부는 물론 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딜러님 모두 해당 상황에 대하여 충분한 공감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퍽소리에 대한 좋은 소식이 혹시 없는지 물어봤죠.(없는지 알면서도 물어봤습니다.) 평상시에는 순번만 물어보는 정도의 제가 이 퍽소리 때문에 전화도 자주하고 통화시간도 길어졌습니다. 딜러님들도 아마 스트레스였을 겁니다. 딜러님들 입장에서도 지시를 받고 위에서 정보를 받는 입장인데 고객응대의 최전방이다보니 이런 의견들을 직격탄으로 고스란이 대응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볼보와 인연이 아닌걸까....
저는 제 자신속에서 선악의 치열한 전쟁을 치뤘습니다.(어디가 선이고, 어디가 악인가...) 그리고 급기야 볼보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대안을 정리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온라인 상에서 XC60급에 대응하는 차량을 살펴본 후 시간을 내어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아우디 Q5
전시장 들어가자 마자 바로 Q5를 먼저 봤습니다. 크기는 XC60에 비해 약간 작은 느낌이라서 아내도 운전하기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개솔린 모델이 있다고 해서 왔지만, 이미 개솔린은 모두 완판 되고 디젤 모델만 두어대 남아있었습니다. 아내는 일단 디젤은 거르고 보니... 응 넌 아웃.
BMW X3 20i
일단 이 모델은 대기기간이 볼보만큼 후덜덜 하다는 것을 알고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전시장에서 실제 차량을 보니 대략적으로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대기기간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이 방안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BMW X3관련 결함 이슈 기사가 없나 검색해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이슈는 없는 듯했습니다.
벤츠 GLC 300e (GLB250은 나가있어...)
벤츠 전시장에서 GLC300e의 첫인상은 꽤 좋았습니다. 외관 디자인이 잘빠진 느낌이었습니다. GLB250도 보긴 했는데, 이런... 볼보 때문에 눈이 높아져 버린건지... 대번에 내부의 "느낌이 아니올시다"였습니다. 다시 GLC 300로 집중하였습니다. 이상한건 벤츠의 경우 개솔린 모델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격이 더 낮더군요. 딜러님말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즈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고 했나... 암튼 그랬습니다. 뭐 인테리어나 사운드옵션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역시 볼보가 기준을 높혀놨어...ㅠㅠ) 또한 가격도 예산범위내에서는 좀 오바긴 했지만, 이 정도면 해볼만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 계열은 엔진 냉각수 관련 결함 이슈가 좀 있더군요. 퍽소리도 민감한 사항에 구동 계열 결함은 크리티컬이었습니다. 너도 아웃. ㅠㅠ
다른 브랜드를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는(없어보이는) 차량은 BMW X3였는데, 대기기간이 길었고,(그럴바엔 존버 했던 볼보가 이득이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약간 더 예산을 오바하면 비교적 대기기간을 줄여서 받을만 했습니다. 아내에게 대안으로 재가 받을 모델은 BMW X3 20i 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요........ 왜 제 마음은 이렇게 무겁고 개운하지 않은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볼보가...
다시 보니 선녀같다!!
그래서 볼보내에서 관점을 바꿔서 다시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맞아! 아내는 예전처럼 통풍, 안마시트 옵션만 고집하지 않고, 달리 퍽소리만 안나면 옵션이 좀 밀려도 괜찮다고 했지. 어차피 BMW X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격이라면.... 그래 맞아, "XC60 T8 Rdesign" 이 있었어!!
다음날 바로 A딜러님께 전화했습니다. XC60 T8 RD가 계약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현재로서는 계약이 다 차 있는 상태라 했습니다. 정 원하시면 전시차량을 확보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전시차량은 싫다했습니다. 네, 저도 싫었습니다. 다음 B딜러님께 전화했습니다. 오! 다행이 계약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앞서 A딜러는 이미 계약이 모두 차있는 상태라 들었기 때문에... 혹시 "뻥카"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완판된거 아니냐고 물어봤습니다. 딜러님은 뭔가를 검색하는 듯 하더니 기존의 취소된 분량과 또한 약간의 재고가 있다고 하여 지금 들어가면 가능성 있다고 했습니다.(딜러사 마다 재고 상황이 다른 듯 하더군요) 컬러는 오스뮴 그레이를 원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화이트 컬러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아내는 옵션이 빠진 XC60 T8 RD라 아쉬워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업을 들어갔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서 애들 얼집이나 학원은 전기로만 다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승때의 그 "마약같은 주행감"을 온갖 미사여구를 첨가하여 얘기했습니다... 뭐...아내는 들었지만 듣지 않았고...다소 탐탁치 않았지만, 퍽소리는 안나는 모델이니 일단 계약하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저는 바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순번을 알려주는데 비교적 앞순번이더군요. 출고 예상일을 물어보니 길게는 3개월 정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뭐... 이정도면 볼보 치고는 빠른 일정이니.... 가 아니고... 여태 기다린 대기기간을 더하라구 이 친구야!!
그렇게 "XC60 B5 INS"와 "XC60 T8 RD"를 계약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경우의 수 회로"를 돌립니다. 볼보코리아에서 XC60 B5 INS를 최대 책정 예상 금액인 6900만원을 때릴 경우, 200만원의 차이로 XC60 T8 RD와 가격 차이가 근소해지므로 가격적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RD를 들어가는 것이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퍽소리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경우 어떤 집안 사정이나 대외적, 내적 별의 별 변수가 터져서 (사람일은 모르는거니까요) 볼보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아내가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차 살 돈을 운용하면서 소액의 이득을 쏠쏠하게 보면서 "비싸게 돈들여 가며 꼭 볼보를 사야하나?"라는 말을 흘리게 되면서 "아! 이거 길어지면 불리해지겠다!!"라는 제 안의 위기의식이 작동하게 되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볼보코리아는 이런 한 남자의 고민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좀! 자비없는 대기기간 같으니라구... B딜러님을 "못살게 굴며" XC60을 반드시 사야한다는 이 강려크한 의지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최대한 빨리 출고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다음 볼보 여정기에 계속)
*퍽소리 이슈는 2021년 4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현재 해결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