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제 자동차 업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는 단순히 구동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패러다임, 디자인 언어를 만듭니다. 내연기관차의 속을 당연하게 채우고 있던 엔진이나 변속기 등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빈자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지는 각 자동차 기업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에 달려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이러한 변화를 최근 선보인 순수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 리차지’를 통해 나타냈습니다. ‘미래형 패밀리카는 이럴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죠. 볼보자동차의 디자이너들은 차량 안팎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남은 요소들을 보다 정밀하고 선명하게 다듬었습니다.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less but better)’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실내외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먼저 기존 엔진과 변속기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종 동력계 담당 기관을 제거하고 차체 바닥 전체를 배터리팩을 깔았습니다. 엔진룸이 텅 비면서 바퀴는 앞뒤 쪽으로 더 밀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 즉 오버행이 짧아지고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넓은 공간을 비롯해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실내 공간이 전반적으로 커졌죠.
이렇게 넓어진 실내 공간에는 볼보자동차가 기존 양산 차량에서도 늘 추구해오던 ‘스칸디나비안 거실’의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15인치 대형 스크린과 디지털 계기판, 운전대 등 딱 필요한 요소들만 집어넣어 깔끔하게 만들었고요. 실내 곳곳에는 지속 가능한 천연소재를 사용해 평온하면서도 차분한 실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실내에 위치한 각각의 요소들은 마치 방 안에 있는 가구처럼 개별적인 역할이 가능합니다. 실내에 자리한 각 파트 중에 쓸데없는 요소는 없다는 얘기겠죠.
사실 이와 비슷한 공간은 볼보자동차의 내연기관차인 ‘XC40’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XC40 출시 시기에 공개됐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볼보자동차는 책상 위에 노트북, 가방, 스마트폰, 텀블러, 티슈 상자 등 여러 가지 소지품을 늘어놓고 책상 공간과 수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XC40에도 책상과 같은 공간과 수납을 고스란히 적용했다고 보여줍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과 자동차를 동일한 시점에서 보여주면서 XC40의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것이죠.
다시 콘셉트 리차지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XC40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수납 활용성을 최대한 끌어낸 경우라면, 콘셉트 리차지는 조금 다릅니다. 엔진 등 내연기관에 따른 공간의 제약이 없고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져 기본적으로 모든 탑승자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만큼 공간의 자유도가 높아 시트 역시 자유롭게 배치가 가능하고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넓은 수납공간을 포함해 훨씬 넓은 실내 공간이 생깁니다.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시트 활용도도 높습니다. 특히 2열의 시트는 위아래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기능인데요. 볼보자동차가 1978년 개발한 ‘부스터 쿠션’의 개념을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시트에 보다 첨단의 방식으로 접목한 겁니다. 부스터 쿠션은 어린이가 일반 시트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할 경우 안전벨트가 어깨를 지나지 않고 목을 감는 등 사고가 날 수 있어 개발한 장치인데요. 콘셉트 차량에도 볼보자동차의 안전 철학이 반영돼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볼보자동차는 전기차가 대세로 가는 시대에 전동화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신선한 방식으로 볼보만의 DNA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