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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Nov 30. 2022

볼보자동차가 불어오는 곳, 스웨덴 예테보리

스톡홀름에서 예테보리(Göteborg)로 향했다. 예테보리는 스웨덴 제2의 도시로 여러모로 부산과 닮았다. 예테보리에는 항만이 있어 수출입을 하는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서 태동했고, 볼보자동차 역시 예테보리가 고향이다. 예테보리의 토슬란다(Torslanda) 지역은 그야말로 ‘볼보 빌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볼보자동차 공장과 본사를 비롯해 다양하고 거대한 시설이 밀집돼 있다.  



볼보자동차는 이 지역을 일부 열어 두고 있다. 볼보뮤지엄과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 방문자 센터 등을 운영 중이며, 공장 역시 일부 공개하며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공장 투어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전 세계에서 예약이 빗발쳐 수개월 전에 투어를 신청해야 겨우 방문이 가능하다.




볼보자동차 공장 투어 

이곳의 모든 투어는 볼보자동차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된다. 시간대별로 투어가 진행되고,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오기 때문에 예정된 커리큘럼은 엄격하게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또한, 보안 때문에 스마트폰과 카메라 등 모든 전자 기기는 방문자 센터에 두고 다녀와야 한다. 방문객은 방문자 센터에서 커피를 마시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코끼리 열차처럼 생긴 셔틀을 타고 편안히 공장을 둘러본다. 



볼보자동차의 예테보리 토슬란다 공장은 지난 1964년 4월 24일에 처음 문을 열었고, 당시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산업 투자를 기록했다. 연간 2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섀시, 차체, 판금 롤, 도색, 최종 조립 등 자동차 제조의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또한, 지난 60년 가까이 안전과 환경 보호, 품질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볼보자동차를 만들어 스웨덴을 비롯해 전 세계에 수출 중이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QC(Quality Control) 단계였다. 카메라와 센서가 달린 로봇 팔들이 반 정도 조립된 섀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오차와 단차 등이 없는지 한참을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사람은 로봇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볼보’라는 브랜드를 프리미엄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장의 작업 분위기는 상당히 차분해 보였다. 심지어 어떤 공정은 시스템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스웨덴은 법적으로 오전에 15분, 오후에 15분 피카(Fika)라는 커피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공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로봇의 팔들은 분주했지만,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대부분 서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꼼꼼하게 디렉팅하는 모습이었다. 무엇이든 급하게 만들다 보면 실수와 오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얼핏 본 공정 분위기는 마치 수제차를 만들 듯 빈틈없이 조심스러웠고 무리가 없어 보였다. 



생산 공정에서 근로자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만큼 거의 모든 공정이 로봇을 통한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었다. 투어 가이드는 우리가 둘러보고 있는 이 공장에만 1,400대 이상의 로봇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유명한 로봇 엔지니어링 기업인 ABB 마크를 단 로봇들이 근로자들의 감독하에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볼보 익스피리언스 센터 투어 

공장 투어를 마치고 바로 이어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볼보’라는 브랜드가 정확히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경험하고 이해하는 곳이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방문객들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볼보라는 브랜드를 잠시 여행했다. 



우선 2층에서 볼보자동차의 헤리티지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다. 100년 가까이 이어온 이들의 역사 속에는 스웨덴 사람들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보자동차 디자인의 십계명에 대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막연하게 ‘스웨디시 럭셔리’,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만 여겼던 볼보자동차의 디자인에 이러한 의미들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디자인의 접근 방식에서부터 볼보자동차는 다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중요한 건, 이 열 가지 요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녹아들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에 글로벌 패션 브랜드 ‘3.1 필립 림(Phillip Lim)과 협업해 만든 위크엔드백이 전시돼 있었다. 이 가방은 볼보자동차의 차세대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텍스타일은 페트병을 재활용했고, 와인병 코르크와 스웨덴의 숲에서 얻은 바이오 소재 등을 조합했다. 이를 통해 볼보자동차의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연구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만 봤던 완전자율주행차 360c를 실물로 만났다. 정말로 이러한 시대가 올까 할 정도로 너무나 SF 영화적인 이 차가 제시하는 미래는 명확했다. 우리의 삶이 이동하는 동안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목적지만 입력하고 차 안에서 잠을 자든 일을 하든 아니면 친구들과 가볍게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기만 하면 된다. 지금도 볼보자동차의 본사 어느 회의실에서는 이러한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자동차의 전동화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뼈대를 드러낸 XC90 리차지 PHEV는 현재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면서 전동화의 과도기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주유기의 주둥이를 꼬아 묶어 놓은 조형물이 엔진과의 작별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 조형물의 영감이 된 작품은 현재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있는 일명 ‘매듭이 총(The Knotted Gun)’이다. 비폭력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스웨덴 예술가 칼 프레드릭 로이터스바르드(Carl Fredrik Reuterswärd)가 만들었다.  



그리고 볼보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안전’이다. 홀 가운데 볼보의 3점식 안전벨트가 얼마나 안전한지 경험해보는 기구가 있었다. 약 5~7㎞/h의 속도로 내려오다 갑자기 멈췄을 때 받는 충격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만약 3점식 안전벨트가 없었다면 그 작은 충격도 고스란히 배 쪽으로 가 누군가는 다칠 수도 있다.  



그 옆에 의자를 쌓아 놓고 그 높이에 따른 중력을 속도로 표시해 두었다. 의자 하나에서 뛰어내리면 10㎞/h의 속도로 달리는 차에 부딪혔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준으로 의자 네 개는 20㎞/h, 의자 여덟 개는 30㎞/h라는 계산이 나온다. 의자 여덟 개면 웬만한 건물 2층 높이와 맞먹는다. 스쿨존에서 속도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 이유다. 



충돌 실험을 통해 보닛이 처참하게 구겨진 차가 보였다. 앞은 충격을 온전히 받아 움푹 들어갔지만, 실내는 에어백만 터졌을 뿐 어떠한 변형도 없음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에는 뼈대의 강도마다 색을 달리 칠한 XC90가 전시돼 있다. 충격을 곧바로 받는 크럼플 존은 알루미늄 등을 사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승객석을 보호해야 하는 부분에는 강한 강성의 철판을 사용한 것을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도록 꾸몄다.  



그 옆에는 충돌 테스트가 아닌, 실제로 사고가 났던 차를 전시해두고 있었다. 볼보자동차는 이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조사해 거의 동일하게 재현, 테스트를 반복해 이와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연구했다. 어떻게 충격이 진행됐고, 탑승객은 어떻게 다쳤는지. 그 데이터를 반영해 설계에 반영한 것이다.


이렇듯 볼보자동차는 모든 스토리에 걸쳐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안전’과 ‘전동화’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볼보자동차가 시작되고 또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는 예테보리에서 그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글•사진 조두현(자동차•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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