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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Feb 24. 2023

얼어붙은 호수 위를 전기차로 달려봤다(1)

스웨덴 키루나에서 만난 볼보자동차(1)


키루나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11시간, 이스탄불에서 스웨덴 예테보리까지 5시간, 마지막으로 예테보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더 날아가야 비로소 스웨덴 최북단에 있는 키루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18시간 30분이다. 경유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24시간, 하루를 훌쩍 넘겼을지도 모른다. 자동차 기자로 10년을 일하면서 온갖 곳으로 출장을 다녀봤지만 이번만큼 멀고 긴 이동 시간은 없었다. 





열리는 비행기 문 틈으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밀려들어왔다. 스마트폰 속 날씨 앱은 영하 25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껴진 건 그 이하였다. 몇 겹으로 걸친 상의와 하의는 물론 밖으로 드러난 얼굴 부분을 털모자와 바라클라바, 넥워머로 촘촘하게 둘렀지만 키루나의 추위는 그 틈새마저 파고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진한 담배를 피우듯 공기 중에 하얀 열기가 자욱했고, 눈꺼풀이나 입술, 머리카락에 있던 입김은 눈꽃을 피워냈다. 그 모습이 꽤나 운치 있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운치는 찰나일 뿐, 어찌나 공기가 차가운지 가슴이 약간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극한의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아이스 드라이빙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 키루나로 날아가 얼어붙은 호수에서 운전을 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물론 출장 좀 다녀봤다는 기자들조차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 말인즉슨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아이스 드라이빙은 전 세계 각종 드라이빙 관련 이벤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이벤트로 꼽히는 행사다. 12월부터 2월까지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핀란드, 캐나다 등 북극과 가까운, 지구 최북단 지역에서만 열리는데, 아쉽게도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이제라도 재개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국내나 대륙별 행사 말고 글로벌 행사급으로 열린 아이스 드라이빙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볼보자동차가 처음이다. 그럼 왜 안전의 대명사,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볼보자동차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를 갖는 걸까? 





사실 아이스 드라이빙과 같은 이벤트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이전과 비교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고 고객에게 자동차와 관련된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수단이자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아 럭셔리 브랜드인 볼보자동차에게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색깔과 성격을 보여주고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셈이다. 


두근거림을 안고 아이스 드라이빙이 펼쳐질 호수로 향했다. 이곳이 어딘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다. 구글 지도로 봐도 그냥 커다란 호수 어딘가다. 볼보자동차에서 아이스 드라이빙 관련 메일을 받았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어떤 차로 달리게 될까’였다. 예상 가는 차는 있었다. 바로 S60과 V60. 진중한 볼보자동차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스포츠 성향이 짙기도 하고, 콤팩트한 크기는 얼음판 위에서 가지고 놀기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호수로 도착하자마자 나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루나로 향할 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S60, V60은 온데간데 없고 볼보자동차의 미래를 책임질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가 한줄로 길게 도열해 있었다. 전기차를 타고 즐기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라니… 자동차 브랜드의 공식 글로벌 이벤트로 전기차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는 볼보자동차가 처음일 듯싶다. 





그러나 볼보자동차라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완전한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빙하가 녹고, 얼음이 사라지면 머지 않은 미래엔 아이스 드라이빙이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로 위 안전을 넘어 지구의 안전까지 책임지기 위해 전기차로의 전환은 필수적인 과제다. 브랜드의 전동화 메시지와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영리한 조합이다.





사실 SUV는 이런 드라이빙 이벤트에 적합하지 않다. 키가 높아 차체 쏠림 현상이 쉽게 발견되며 무른 서스펜션 세팅 때문에 접지력에도 큰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차체 아래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흔들림이 적어 차체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른 서스펜션 세팅 역시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 일부 전기차에서 스포츠 드라이빙 성향이 느껴지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앞쪽 서스펜션을 단단히 조이니 핸들링 역시 볼보의 다른 SUV보다 명료하고 그 반응이 재빠르다. 여러모로,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를 이번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괜히 선택한 게 아니다.





테스트 주행이 끝나고 이제부터 실전이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가 길게 늘어섰다. 앞쪽에 있는 차들이 한두 대씩 빠지더니 드디어 내 차례가 도래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스 드라이빙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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