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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May 04. 2023

어느 스웨덴 회사의 파격적인 육아휴직 정책

아이들이 사라지는 시대


한국은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나라입니다.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습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입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에요. 

합계 출산율: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젊은 사람들은 연애조차 힘들어 하는 시대.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어졌습니다.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조차 선뜻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힘들어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전쟁에 가깝습니다. 나아지리아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 가족, 이웃, 학교를 넘어 마을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반면 한국의 육아는 게릴라 전에 가깝습니다. 각개전투죠. 오로지 부모의 책임과 희생, 심지어는 조부모의 노고에까지 기대야 해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꼭 필요한 건 제도적 지원입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입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건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생활을 지킬 수 있는 돈이죠. 한 자동차 회사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자동차가 가족 유대 강화를 위해 패밀리 본드(Family Bond) 정책을 도입했어요.




기본적으로는 24주간 유급 육아 휴직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1년 이상 볼보자동차에서 근무한 직원이라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휴가입니다. 생부, 생모가 아니라도 쓸 수 있어요. 법적으로 인정받는 모든 부모 직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입양 및 위탁 양육 가정 등도 각 나라의 법적 근거에 따라 출산 여부와 관계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시기도 자유롭습니다. 출산 후 3년 사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어요. 휴직 기간 동안 기본급의 80%를 제한 없이 보전 받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정책이죠? 부부 중 한 명이 형편에 따라 휴가 시기와 기간을 조율할 수 있는 겁니다. 남편과 아내가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성되겠어요.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에서나 이런 정책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만, 이 정책은 전 세계 볼보자동차에 근무하는 약 4만 명 이상의 모든 생산 및 사무직을 대상으로 합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스웨덴 본사와 똑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거죠. 


볼보자동차 기업 부문 인사 총괄인 한나 파거는 이 제도가 그저 육아휴직 제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의 조직 문화와 가치 자체를 구현하는 수단이라는 뜻이에요. 직원의 가족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물씬 느껴집니다. 평등과 포용성, 다양성을 기반으로 가족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고안할 수 없는 제도예요. 




맞습니다. 한 회사의 정책에는 정책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죠. 눈치가 빠른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이 정책에는 ‘최대 24주’ 같은 조건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회사가 마련한 제도의 혜택을 고민 없이 누리라는 섬세한 배려예요. ‘최대’ 같은 조건이 붙어 있으면 이런 정책의 혜택을 온당히 누리려는 누군가가 곱지 못한 시선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휴직 후 겪을지 모르는 불이익 때문에 있는 육아휴직 제도조차 마음 놓고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 많이 계시잖아요. 




볼보자동차의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살펴보니 문득 그들이 만드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성 운전자를 배려한 헤드레스트 디자인, 아이가 보다 편하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뒷좌석 부스터 시트처럼 디테일한 부분부터 매년 들려오는 안전 최고등급 획득 소식까지. 배려와 안전이라는 단어를 둘러싸고 이토록 집요하고 성공적인 성취를 이어가고 있는 브랜드가 볼보자동차 말고 또 있을까요?




볼보자동차가 만드는 자동차의 성격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성별과 인종과 국적, 개인의 상황을 불문하고 제공하는 ‘패밀리 본드(Family Bond)’ 정책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 어떤 가치보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사용하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당연한 가치. 볼보자동차는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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