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전략이다. 기존 통념을 뒤집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로 돌아온 신형 XC60 얘기다. 보통 부분 변경 모델은 ‘페이스리프트’라고 부른다. 얼굴을 일부 개선한다는 뜻처럼 외관을 살짝 바꿔 새로운 신차 분위기를 내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외관이 바뀌면 많은 게 달라 보이니까.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다. 신형 XC60은 달랐다. 외관은 인상을 결정하는 전면부의 변화가 눈에 띈다. 게다가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전히 새롭게 짰다. 얼굴만큼 매너를 키웠달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는 외부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운전자가 쓰면 쓸수록 배려를 느낀다. 이런 전략, 신선하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변화는 최신 흐름이긴 하다. 실내에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늘어난 것 역시 인포테인먼트 변화 아닌가. 실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기도하다. 다들 그렇게 최신 흐름에 몸을 실었다. 그런 점에서 볼보자동차가 XC60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집중한 점은 영리한 전략이긴 하다. 자동차의 연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대다. 그 중심이자 시작은, 당연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XC60의 이번 변화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에 앞서 XC60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꾼 듯 안 바꾼 듯 매만져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달까. 범퍼 하단에 크롬 선을 추가하는, 엠블럼의 양감을 바꾸는, 머플러를 숨기는 정도로도 이해하게 하는 완성도. 잘한 디자인의 저력이다. 다른 브랜드 모델이라면 글쎄, 말이 많았겠지?
신형 XC60에는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들어간다. 간단히 말하면,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내비게이션 티맵(TMAP), 음성인식 누구(NUGU), 음악 애플리케이션 플로(FLO)를 쓸 수 있다. 그게 뭐 대단한가?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겠다. 이미 스마트폰으로도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으니까.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티맵으로 길을 찾고 음악도 들으니까. 맞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하는 것과 차량에서 이런 기능을 그냥 쓰는 건 결정적 차이가 있다. 자동차 시스템과의 연결성. 보다 정교하고 다채롭게 차량 인포테인먼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지 내비게이션을 쓰고 음악을 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같은 티맵이라도 계기반과 HUD와 연동해 정보를 보여주면 한결 편하고 일체감도 높다. 음성인식 누구(NUGU)를 통해선 차량을 더욱 정확하게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수많은 음성인식 데이터 차이는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누구(NUGU)는 스마트홈 기능과도 연동된다. 그러니까 자동차에서 누구(NUGU) 스마트홈과 연결해 집안 가전제품을 미리 조작해놓을 수도 있다. 언뜻 미래 콘셉트카의 분위기도 풍긴다.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연결성의 중심이 이동하는 계기. 신형 XC60에 적용한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핵심이다. 물론 현재 XC60에 적용한 기능이 비약적으로 편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SF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존 어느 브랜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더 익숙하고 편하며 깔끔하다. 또한 앞으로 발전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단지 티맵을 더 매끄럽게 쓰게 하는 수준이 아니다. 자동차를 하나의 스마트폰처럼 활용하게 하는 기반 시스템이랄까. 앞으로 애플리케이션 마켓도 적용할 계획이다. 볼보 모델을 위한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가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 수 있을지, 미래는 모를 일이다.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 넘어가게 하는 전환점. XC60이 SKT와 협업해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한 의미다. 300억원을 투자해 내비게이션만 만들었을 리 없잖나.
앞서 신형 XC60은 매너를 키웠다고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비전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해 친절해진 면도 있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의 연결성을 확장하려는 포부가 크다. 그런 점에서 비전이다. SKT와 협업해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더 빠르게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명확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수입 브랜드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빛 좋은 개살구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 부분을 정면으로 돌파해 신형 XC60에 적용했다. 알고 보면 변화 폭이 크다.
소소하지만 유용한 변화도 있다. 터치 감각이 보다 깔끔해졌다. 아이콘을 누를 때도, 화면을 넘길 때도 예전보다 매끄럽고 정확하다. 게다가 티맵을 사용할 때 엄지와 검지로 지도를 넓히고 줄일 수도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 화면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별거 아니지만 결정적일 때 편하다. 차량 설정 관련 항목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보기도 편하고 설정하기도 수월하다. 전반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로 구성한 결과다. 디자인과 구성, 조작 감각까지 모든 면에서 진일보했다. 전과 같은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어쩌면 이런 소소한 변화가 더 반가운 사람도 있을지도.
앞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신형 XC60은 그 부분에 집중해 변화 방향성을 잡았다. 게다가 국내 특성을 반영한 변화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신형 XC60의 변화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