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무용담이나 신앙 간증 같은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자신의 자동차로 사고가 났던 경험을 공유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무사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지 않을까요? 인터넷에 ‘볼보’를 검색하면 나오는 놀라운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고 경험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나는 어떤 차로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났는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이곳에서는 마치 무용담(?)이나 신앙 간증(?) 같은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사람들은 흔히 ‘볼보’를 이야기하면 ‘안전’을 떠올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세븐업’이라고 부르는 볼보의 광고입니다. 안전은 볼보가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기본 철학인데 오래된 흑백 광고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초반에 제작한 이 광고는 볼보 차 7대를 세로로 쌓았습니다. 그래도 어떤 차에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의 이야기로는 볼보의 ‘스몰오버랩 테스트’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스몰오버랩은 차를 정면에서 봤을 때 운전석 쪽 1/4만 충돌하는 테스트로 바퀴가 있는 공간을 지나기 때문에 운전자를 향해 곧바로 영향을 끼치는 가혹한 실험입니다. 미국의 IIHS가 이 실험을 시작하고 세계 자동차 업계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 가혹한 테스트에서 남아나는 차가 없는 결과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출시한 지 10년이 지난 오래된 볼보의 SUV XC90은 이 테스트를 통과합니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잠깐 설명하자면 2012년 미국 IIHS가 시작한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볼보의 차들은 무사통과합니다. 볼보는 이미 1990년대부터 이러한 테스트를 거치며 차를 개발했습니다. 1.3m 높이의 벽에 차량을 시속 64km/h의 속도로 1/4만 충돌하는 테스트 때문에 차의 골격 자체를 바꾸기 시작한 여타 브랜드와는 확실하게 차별화했습니다.
그런데 볼보의 이 같은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현실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볼보를 타다가 사고 난 경험담을 모아놓은 한 웹사이트에는 오래된 볼보부터 최신의 XC60까지 사고 사진과 사례가 자세히 올라와 있습니다.
볼보가 내 생명을 구했구나
카린(Karin D.) 이라는 한 소비자는 XC90을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건물에 충돌한 카린의 볼보 XC90은 조수석 바퀴가 빠져나갈 정도로 심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XC90의 긴급구조 시스템으로 사고 상황이 전파됐고 구급차가 구조에 나섭니다. 카린은 “모든 에어백이 터졌지만 나는 무사히 걸어 나왔고 어느 한 곳도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지도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볼보가 내 생명을 구했구나”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디에고(Diego R.)라고 소개한 한 소비자가 올린 사진에는 견인차 위에 올라간 XC60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부서졌습니다. 결국 사고 이후 새로운 XC60을 하나 구입하고 또 하나 더 구입해서 아버지도 드렸다고 합니다.
디에고의 XC60이 코너를 돌아나가자 갑자기 길에 두 마리의 소가 등장했습니다. 이를 피하지 못한 차는 결국 사고로 이어졌고 앞 범퍼는 물론 보닛과 엔진룸까지 크게 손상됐습니다. 하지만 디에고 씨는 “나는 무사히 걸어 나올 수 있었다”라며 “경찰이 도착했을 때 내가 이 차를 운전했다고 말하니 믿지 못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볼보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국내의 자동차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올라옵니다. 어떤 이들은 ‘간증’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지켜줬다는 믿음에서 이런 표현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다시 IIHS의 충돌 테스트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2012년 테스트에서 미국의 유명한 SUV들이 줄줄이 낙제점을 받습니다. 그런데 2002년 출시한 볼보의 XC90 1세대 모델이 ‘Good(좋음)’ 등급을 받았습니다. 최신의 자동차도 통과하지 못하는 테스트를 무려 10년 전 자동차가 통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충돌 시험 장면을 동영상으로 살펴보면 볼보의 모든 차는 스몰오버랩 충돌 뒤 전방 사선으로 굴러나갑니다. 대부분 차가 충돌 직후 뒷부분이 들려 올라가면서 180도 돌아선 채 도로에 멈춰 서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도 볼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움직임이라고 설명합니다. 도로에서 뒤를 보고 멈춰 서는 것은 2차 사고로 인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1970년대 설립한 볼보의 교통사고조사팀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이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반경 100km 이내에 사고가 발생하면 팀이 출동합니다.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합니다. 실제 사고를 분석해 더욱 안전한 차를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또, 필요한 경우 사고 차를 본사로 옮겨 분석하고 탑승자의 부상 정도도 파악해 분석합니다. 무려 50년 넘게 이어진 볼보의 안전에 관한 연구가 온라인에서는 놀라운 경험담으로 되살아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