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에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죠. 그 둘의 결합으로 고급 가구 시장 역시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머무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가치를 찾는 거죠.
자동차를 보는 관점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차박과 차크닉의 인기는 자동차가 이미 이동수단의 개념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브제가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자동차는 공간이 되었어요. 방의 확장, 집의 연장, 홈 어웨이 홈(Home Away Home)이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되도록 편안하고 안락해야 합니다.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발단은 다르지만, 스웨덴은 코로나와는 관계없이 아주 오래전부터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개념을 선도해온 나라입니다. 해가 귀하고 추운 나라니까, 실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스웨덴 가구가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감각을 갖추게 된 것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시선이 자주 닿고 몸이 자주 느끼는 물건일수록 고급 소재로, 질리지 않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스웨덴 건축이 최대한 자연을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방향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에서는 밖의 풍경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밖의 빛과 열을 최대한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당연히, 볼보가 만드는 자동차에도 스웨덴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 공간을 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런 태도를 DNA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건 그냥 타고난 거니까요. 볼보를 대표하는 SUV, XC90을 같이 한 번 볼까요?
XC90은 SUV의 기함입니다. 가장 크고 광활한 볼륨과 공간감을 가진 차죠. 밖에서 보기에도 아주 듬직합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모든 공간, A필러부터 D필러까지의 모든 공간이 아주 반듯하고 널찍해요.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A필러 각도를 더 과하게 눕혀서 스타일을 살린다거나, 같은 맥락에서 D필러의 각도를 눕혀서 날렵하게 보이려는 시도 자체가 없습니다. 정직하고 담담하게, 정말 건축물의 기둥처럼 올곧은 형태를 하고 있어요.
겉이 이러니 속도 그런 태도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기둥이 곧다는 건 창이 반듯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반듯하고 널찍한 창을 통해, XC90의 실내에서는 바깥의 빛과 환경을 실내에서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창을 열어 느끼기에도 참 좋은 조건을 가진 셈이죠. 이게 얼마나 호사스러운 감각인지, 아마 볼보 오너 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올려다보는 하늘은 또 어떨까요? 이렇게 넓은 시야로 자연을 초대하는 자동차가 또 있을까요?
공간은 그야말로 광활해서, XC90의 실내에 머물다 보면 가끔은 시간을 왜곡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차에서는 한두 시간 정도 머물렀을 때 ‘아, 이제 바람을 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XC90에서는 유난히 여유로운 태도를 갖게 되는 거예요. 간결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는 ‘언젠가 내 방도 이런 디자인 언어로 한 번 꾸며볼까’ 싶은 마음까지 먹게 합니다. 그러니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더불어 볼보에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AAC, Advanced Air Cleaner) 기술이 있습니다. PM 2.5 센서와 미립자 필터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거죠. 미세 먼지 농도 또한 기민하게 감지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애매하게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볼보가 만든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쾌적할 거예요. 바우어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으로 그동안 듣고 싶었던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말이죠.
미세 먼지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된 건 몇 년 전부터였지만, 볼보가 실내 공기에 대해 마음을 쓰기 시작한 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였습니다. 실내외 공기에서 미립자,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지면 부근의 오존과 같은 오염물질을 감지하고 차단하는 볼보의 기술을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IAQS, Interior Air Quality System)이라고 합니다. 공기 중의 미립자와 꽃가루를 제거하고 악취를 줄이는 효과도 있었죠. 1999년형 S80부터 적용한 기술입니다.
클린 존 인테리어 패키지(CZIP, Clean Zone Interior Package)라는 기술도 있어요. 리모컨으로 도어 잠금을 해제하는 순간 팬이 작동합니다. 사람이 없는 동안 오염됐을 수 있는 실내 공기를 미리 밖으로 배출하고, IAQS를 통해 신선한 공기로 다시 채우는 기술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던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기술과 함께 작동합니다.
2000년부터는 스웨덴 시험 및 조사 연구소의 햇빛 시뮬레이터를 통해 내장재가 배출할지 모르는 유해물질을 감지하고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장재를 가공하는데 쓰는 각종 화학물질이 빛, 열과 반응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알데히드 배출을 측정하는 거예요. 두통, 구역질, 현기증, 호흡기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내장제들을 미연에 차단하는 겁니다.
실내에서 맡을 수 있는 다양한 향도 건강의 관점에서 관리합니다. 차 안에서 날 수 있는 특정한 냄새가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불쾌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검증된 소재와 생산방법을 통해 무해한 향만 내뿜는 내장재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거예요. 볼보가 쓰는 모든 가죽과 직물은 유럽 친환경 섬유 인증기관인 오코텍스(OEKO-TEX)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가공과정에서는 크롬을 쓰지 않아요. 크롬은 암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거든요.
자동차는 기계입니다. 동시에 공간이죠.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머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오랜 시간 머물곤 합니다. 그러니 안팎으로 더욱 안전해야겠죠? 모든 소재가 인간과 환경을 동시에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환경을 망치는 주범으로서의 자동차는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됐어요. 인간을 해할 수 있는 바깥의 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해야죠.
잘하는 회사는 하나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포괄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진보하죠. 환경과 인간을 동시에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볼보가 오래전부터 해온 방식, 앞으로 해 나갈 방식, 볼보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있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태도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입니다.
글/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