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 본고장 스웨덴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혹독합니다. 이 안에서 볼보자동차가 태어났고 그 환경을 차가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선 안전한 자동차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능숙한 운전 능력도 필수겠죠. 그래서인지 스웨덴의 운전면허시험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미끄러운 길에서 자동차를 능숙하게 컨트롤할 수 있고 전복된 차량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올 줄 알아야만 면허증을 발급합니다.
앞서 간단히 말씀드렸듯이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면허 따기가 하늘의 별따기’, ‘불면허’ 등으로 표현하는데요.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비용은 물론 시간도 충분히 투자해야 합니다. 스웨덴 현지 사람들도 면허를 따는 데 1~2년은 잡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시스템 상 교육 및 시험 등록을 빨리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죠. 한 달도 안 되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요.
스웨덴 운전면허시험 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시력검사를 합니다. 시력검사 후 스웨덴 교통청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서류에 정보를 적어 우편으로 교통청에 보냅니다. 서류가 접수된 것을 확인한 후에는 도로에서 연습 주행이 가능한 운전연습 허가증을 발급받아요. 이 허가증의 유효 기간은 5년이고요. 5년 안에 면허를 따지 못하면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준비를 마쳤으면 운전면허학원에서 두 가지 과정의 교육(Risk1, Risk2)을 받습니다. 첫 번째 과정에서는 3시간가량 음주, 마약, 휴대전화 사용 등 위험 사항에 대한 교육을 듣습니다.
두 번째 과정이 조금 독특한데요. 일종의 드라이빙 교육이에요. 겨울철 눈길과 빙판길 가득한 스웨덴의 도로 사정을 반영해 미끄러운 도로에서의 제동, 회피 등 대처 방법을 배웁니다. 차량이 미끄러질 때 운전대와 페달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배우고 성공할 때까지 연습해요.
특히 이 과정에서 스키드카(skid-car)로 불리는 특수 차량에 탑승하기도 하는데요. 일반 차량에 특수 타이어를 달아 접지력을 떨어뜨려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효과를 냅니다. 이밖에도 전복된 차량에서 탈출, 시속 7km로 경사로 추락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키드카(skid-car)로 불리는 특수 차량에 탑승하기도 하는데요. 일반 차량에 특수 타이어를 달아 접지력을 떨어뜨려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효과를 냅니다. 이밖에도 전복된 차량에서 탈출, 시속 7km로 경사로 추락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시험이 아닌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통과한다고 하는데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 상황을 통해 운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톡톡히 알려주는 스웨덴 운전면허시험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 두 가지의 교육을 모두 이수하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필기시험을 합격해야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고요. 필기시험 합격 후 4개월 안에 실기시험에 붙어야 해요. 심지어 기한이 두 달이었는데 완화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필기시험 역시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답식 위주의 문제가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 어울리는 최적의 답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수험자들은 필기시험을 위해 이론 교재를 구입할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통해 문제은행을 결제하고 오답노트까지 꼼꼼히 공부한다고 합니다.
실기시험 역시 한 번에 붙기 어렵습니다. 실기시험은 우리나라처럼 정해진 코스나 순서가 없습니다. 차량에 탑승하면 감독관이 평가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요. 가장 먼저 차량 작동법이나 차량 상태 확인법을 묻습니다. 예를 들면 엔진룸을 열어 설명한다거나 램프를 작동한다거나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운전을 시작하면 교통 법규나 상황 대처법을 묻기도 하고요. 길을 가다가 주차를 지시하기도 합니다. 실제 주행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들은 모두 물어볼 수 있는 겁니다.
참고로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스웨덴 운전면허 공식 웹사이트 korkortonline에 따르면 시력검사 200 크로나, 두 가지의 이론 교육이 각각 700 크로나, 2,000 크로나, 면허증 사진 촬영 80 크로나, 필기시험 325 크로나, 실기시험 800 크로나, 실기시험에 필요한 차량 대여료 400 크로나, 면허증 발급료 250 크로나만 해도 5,204 크로나입니다. 한화로 70만 원정도인 데요. 여기에 이론 교재 구입을 비롯해 운전면허학원 도로 주행 교육 등을 합치면 한화로 200만 원 정도예요.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는 사람이 드문 것을 고려하면 이를 훌쩍 넘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스웨덴에서 비로소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운전하기 힘든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스웨덴은 인구 10만 명 당 3.2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럽연합(10만 명당 4.9명)의 평균과 비교해도 사망자수가 낮은 수준인데요. 스웨덴의 활발한 교통안전교육 지원, 엄격한 교통 법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까다로운 운전면허시험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이유 중 하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