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한 발 성큼, 나아갔다. SKT와 개발한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얘기다. 최근 출시한 신형 XC60에 처음 적용한 후 S90, V90 CC에도 연달아 이식했다. 앞으로 전 라인업으로 확대해 적용하리란 건 굳이 안 봐도 안다. 볼보가 새로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의미심장하다. 신차가 나오면 으레 그렇듯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한 수준이 아니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넘어가게 한다. 전과 확연히 선을 긋고 다음 시대를 준비한달까. 이전을 완전히 잊게 한다.
일단 익숙한 프로그램을 매끈하게 차량에 이식했다. 티맵이 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처럼 차량 전체에 녹아들었다. 계기반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연동되고 안 되고 차이는 크다. 시선 이동을 비약적으로 줄여준다. 거기에 음성인식 누구(NUGU)로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인식률 높고, 확장성이 뛰어나다. 그동안 음성인식은, 신기하긴 한데 잘 안 쓰던 기능이었다. 누구(NUGU)는 음성인식을 향한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음악 애플리케이션 플로(FLO)는 엔터테인먼트의 편의성을 높였고, 누구 스마트홈은 디바이스로서 자동차의 확장성을 열었다. 여기까지가 현재 볼보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구현한 편의성이다. SKT가 갈고닦은 기술을 볼보에 매끄럽게 이식했다. 이것만으로도, 실제 써보면 비약적으로 편해졌다. 시선 이동할 일이 적고, 손도 덜 쓰니까. 그만큼 안전과 이어진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볼보의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단순히 기존 프로그램을 이식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름도 서비스 아닌가. 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서비스’를 펼칠 시작점이란 뜻이다. 즉, 확장까지 고려한 시스템이다. 볼보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렇다. 스마트폰 OS처럼 자동차 전용 OS이다. 즉 티맵, 누구, 플로 같은 애플리케이션 외에 새로운 게 추가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하나 둘 늘어 세상을 바꿨다. 자동차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서 세상이 또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 시작. 자동차를 디바이스로 활용할 기반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300억 원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투자다. 그 기반을 이번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축한 셈이다.
최근 자동차 발전 방향은 편의성이다. 얼마나 자동차를 한층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집중한다. 사실 편의성은 한계가 있었다. 세기가 바뀌며 자동차는 변해왔지만, 그럼에도 큰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닫힌 공간이라는 물리적 조건은 어쩔 수 없잖나. 그 안에서 높일 수 있는 편의성은 협소했다. 이젠 그 물리적 상황이 허물어지는 단계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로 자동차 시야가 확장하고, IT 기술이 세상과 자동차를 연결한다.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볼수록 SF 영화 속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이동한다는 개념은 전과 같지만, 이동할 때 무얼 하느냐는 사뭇 달라진다. 가능성이 열렸다.
물론 지금 볼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먼 미래를 보여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지점을 향해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크게 한 발 내디뎠다는 점이 중요하다. SF 영화 같은 미래가 영화 장면 전환처럼 휙, 바뀔 리 없다. 점층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 서서히 생활에 젖어들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기술은 쇼케이스용일 뿐이다. 낯설다는 장애물을 넘어 습관처럼 붙어야 한다. 이번 볼보의 변화는 그 시작이다. 96%의 높은 인식률은 음성인식을 편하게 사용하게 한다. 차량에 매끄럽게 이식한 일체감은 안 쓸 이유를 소거한다. 써봐야 쓴다. 쓸 수 있게 해야 쓴다. 그런 점에서 볼보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음성인식을 중심으로 사용자 환경을 재편한 셈이다. 그것도 국내 출시 모델 중 가장 매끄럽게. 즉, 쓸 만하게.
미래 인포테인먼트는 자율주행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운전자가 등을 눕힌 편한 자세로 차량 기능을 조작해야 한다. 손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도리어 손으로 조작해야 하면 불편해진다. 그때 음성인식과 제스처 컨트롤은 필수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아득한 것처럼 손으로 조작하던 시절이 까마득해질 때가 올 거다. 그 미래로 이어진 길은 또렷하다. 이번 볼보의 변화는 그 길을 보다 현실적으로 적응하게 한다. 자동차를 디바이스로 활용할 기반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방향성을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체험할 수 있게 한달까. 게다가 기반을 마련했기에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한 발 먼저 내딛으며 다음 발걸음을 이어나갈 동력까지 얻었다. 자세를 제대로 잡으면 가속도가 붙게 마련이다. 앞으로 볼보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펼쳐낼, 디바이스로서 자동차의 확장성은 어디까지일까. 그렇게 확장한 자동차가 어떤 사용자 편의성을 줄까. 기대하게 한다. 상상하게 한다. 볼보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담긴 진짜 의미다. 미래를 현실로 구현할 접속 코드를 설정했달까. 단지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매끄럽게 차에 이식한 것 이상의 변화이자 진화다. 볼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