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당시부터 제조사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죠.
대표적인 사례들을 시간대별로 몇 개만 짚어 보겠습니다. 1800년대 자동차가 ‘처음’이라는 말을 벗어 던질 때 전자식 헤드램프가 탄생합니다. 호롱불이 꺼지고 진공램프가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수동 와이퍼(Wiper)가 1926년대 전동식 와이퍼로 바뀌었습니다. 보다 스마트한 레인센싱 와이퍼가 적용되기까지는 70여년의 세월이 더 흐르지만 말이죠. 그리고 1930대에는 래미네이트 공법으로 만들어진 세이프티 윈드스크린이 적용됐습니다. 1940년대에는 “시에라 샘(Sieera Sam)”이 등장합니다. 갑자기 생뚱맞게 사람이름이...시에라 샘이 누구냐고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줄 더미인형입니다. 그를 통해 자동차 충돌 시 탑승자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게 되는지 예상하는 거죠. 바로 이 ‘샘’의 건강상태가 우리의 안전을 평가하는 ‘셈’입니다.
1950년대에는 보다 많은 안전사양들이 등장합니다. 에어백도 이 시기에 개발됐으며, 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 즉, ABS도 개발됐습니다. 사실 ABS는 자동차보다도 모터사이클에서 처음 개발됐습니다. 바로 로열 엔필드라는 영국 모터사이클 브랜드였습니다. 지금은 인도로 넘어갔지만 클래식 감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죠. 다시,1980년대로 넘어가볼까요? 1987년에는 보쉬가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 ‘트랙션 컨트롤’ 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는 네 바퀴로 이동하기 때문에 노면 상태 혹은 모습에 따라 때때로 바퀴가 헛돌거나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트랙션 컨트롤은 이때 흐트러진 자동차의 자세를 바로잡는 기능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로 넘어와 보다 현대적인 기술들이 적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브레이크 어시스트와 ‘BLIS(블리스)’라고도 부르는 사각지대 감지 경고 시스템입니다. 특히, 블리스 기술은 볼보가 최초로 개발하여 S80 모델에 처음 적용한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셨겠지만, 형태나 이름은 조금씩 달리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3점식 안전벨트 때와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차선 변경 시 양 측면 사이드미러에 투영되지 않는 측면 사각지대의 위험을 감지해주고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기능입니다. 갑작스런 차선 이동 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이 나와서 말인데, 볼보가 처음으로 개발한 안전 시스템으로는 롤오버 스태빌리티 컨트롤(RSC)도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빨리 돌려 이 기술은 2002년에 볼보에 의해 처음 개발됩니다. RSC는 전복방지시스템 또는 전복안정성 조종시스템이라고도 합니다. 차량이 무게중심을 잃고 전복되기 전에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해 차체의 전복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내부에 자이로센서를 탑재하여 차체의 각도가 수평을 잃으면 이를 감지해 미끄럼방지장치(DTSC)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DSTC는 주행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차체의 수평 각도를 인식하고, 다시 브레이크를 걸 것인지 또는 엔진 출력을 줄일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차량이 전복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식입니다.
자 이제 본론을 시작해볼까요. 과거로 돌아가 볼보의 최초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명성은 볼보의 첫 모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갖고 있던 것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1927년 야콥이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판매되기 전 볼보는 9대의 시제품을 내놨고 이 모델들 중 한 대가 미국에서 생산한 타 브랜드 차량과 큰 추돌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거의 폐차 지경에 이른 미국 브랜드 차량에 반해 볼보는 작은 상처만 남겼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사건이 바로 안전을 대표하는 볼보 명성을 낳았죠. 브랜드마다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볼보의 경우는 안전에 있어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과거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를 세월이 변해도 지속시켜 나간다는 점이 대중에게 사랑 받고 있는 볼보만의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이후 1959년 볼보는 세상을 바꿀 놀라운 기술을 개발합니다. 바로 3점식 안전벨트 이야기입니다. 올해로 3점식 안전벨트의 탄생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3점식 안전벨트는 스웨덴 출신으로 볼보에 몸담고 있던 닐스 보린(Nils Bohlin)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통계상으로도 수백 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벨상 감이죠. 보린은 원래 사브 에어크래프트 컴퍼니에서 디자인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던 일은 비행기 파일럿의 안전을 위해 탈출시트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AB 볼보에 합류해 개발해낸 것이 바로 이 3점식 안전벨트입니다. 모든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볼보의 철학이 투영되어 3점식 안전벨트는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 적용됩니다. 만약 그가 특허를 고집했다면 지금쯤 자동차는 어떤 모습의 안전장비들을 하고 있을까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네요. 보린이 퇴임하던 1985년 랩/숄더 시트벨트(lab/shoulder belt)가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안전장비로 새로운 특허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 특허 컨퍼런스에서 서독의 한 특허 담당자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특허의 첫 100년간의 역사 중 랩/숄더 안전벨트는 가장 중요한 8개의 특허들 중 하나다.”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목입니다.
1972년 볼보는 아마존 모델에 뒤를 바라보는 차일드 시트도 소개합니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개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차일드 시트는 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시트를 뒤로 돌리는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일이었지만 안전에는 큰 행보가 됐습니다. 이정도면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을 때와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볼보는 1978년에 어린이들을 위한 부스터 쿠션을 선보이게 됩니다. 부스터 시트는 시트의 높이를 올려 어린이의 앉은키를 높여 어린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의도한 작은 아이디어 입니다. 이 역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어린 생명을 구하는 데에 한 몫을 했습니다. 부스터 시트는 오랜 시간 볼보자동차에 적용되어 왔고 최근까지도 볼보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에어백은 어떨까요? 에어백 특허는 1950년대 초반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되는 스톡 차량에 적용되기까지는 20년가량이 지나 1971년, 1972년에 포드와 GM에 의해 자동차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로는 에어백의 안전이 검증된 상태가 아니라 정부의 공익 업무 차량에만 적용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973년 미국의 올즈모빌이라는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사에서 생산하는 토로나도(Toronado)라는 모델에 처음으로 안전벨트를 적용하여 일반에 판매했습니다. 에어백 역시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사양이 되었지만 잦은 결함이나 혹은 측면 충돌에는 작동이 안 되거나 효과가 없다 또는, 어린이들이 보조석에 앉을 경우 질식의 위험이 따른 다는 등 몇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업그레이드를 위한 여러 가지 에어백개발에 나섭니다. 1991년 볼보는 측면 충돌에 대비한 에어백, 사이드 임팩트 프로텍션 시스템(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SIPS)을 최초로 개발합니다. 또 한 번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라는 명성에 한 획을 더하는 대목이죠. 이 시점에서 박차를 가해 볼보는 더 많은 최초의 안전장비들을 개발합니다. 2002년 위플래시 프로텍션 시스템(Whiplash Protection System (WHIPS), 2003년 인텔리전트 드라이버 인포메이션 시스템(Intelligent Driver Information System (IDIS), 2004년 블라인드 스폿 인포메이션 시스템(Blind Spot Information System (BLIS), 2005년 도어 마운트 인플랫터블 커튼(Door Mounted Inflatable Curtain (DMIC), 그리고 2008년 볼보는 새로운 장르인 시트 세이프티 시스템(City Safety System)을 개발합니다. 탑승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페데스트레인 프로텍션(Pedestrian Detection), 사이클리스트 디텍션(Cyclist detection) 등이 시티세이프티 시스템에서 파생되어 나온 안전장비들 입니다.
그러나 모든 안전장비들은 안전벨트를 염두에 두고 개발됩니다. 보다 안전한 장비를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3점식 안전벨트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죠. 충돌테스트의 더미 ‘시에라 샘’ 역시 어떤 테스트에 임하더라도 안전벨트를 항상 착용합니다. 짧은 거리 이동인데다 귀찮다는 이유로 행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다면, 다시금 우리 본인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할 듯합니다. 불현듯 고속도를 달리다 보였던 표어가 떠오릅니다. “아빠가 맨 안전벨트, 우리 가족이 맨 행복벨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