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상금과 도둑 딸
우리 집에는 숨겨진 돈이 있었다.
엄마는 가끔 만 원이나 이만 원을
집 어딘가에 숨겨두었다.
장판 밑, 싱크대 그릇 사이,
이불장 깊숙한 곳.
“혹시 몰라서.”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건 하나였다.
찾으면 있다.
나는 이상하게 그 위치를 잘 알아냈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감으로 찾았다.
장판이 아주 미묘하게 들려 있는 곳,
그릇 사이가 어색하게 벌어진 틈,
이불장이 너무 반듯하게 정리된 날.
거기에는 늘 만 원 또는 이만원이 있었다.
나는 그걸 발견하면
기뻤다.
세상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그 돈으로 군것질을 샀다.
그리고 조금은 모았다.
다섯 칸 옷장 중 두 번째 칸이 내 자리였다.
그 안에는 내 작은 금고가 있었다.
언니들이 돈이 필요하면 나를 찾았다.
“혹시… 돈 있어?”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얼마 필요한데?”
이자를 받았다.
진짜로.
언니들은 웃으며 말했다.
“얘는 왜 항상 돈이 있지?”
아무도 몰랐다.
나는 장판 밑 세상을 아는 아이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 돈이 군것질을 위한 돈이 아니라
불안을 대비한 돈이었다는 걸.
엄마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고
나는 혹시 모를 간식 부족을 대비했다.
같은 돈이었지만
우리가 준비한 미래는 달랐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숨겨진 돈을 찾아내던 그 순간이 좋았다.
세상에는
아직 나만 아는 것이 있다는 기분.
그게 어쩌면
내가 달콤함을 사랑한 첫 번째 이유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