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③황태콩나물국

술 안 마신 엄마의 해장국

by 샤슐랭


황태 콩나물국.png


오늘은 황태에 콩나물을 넣어 국을 끓였다.

간단하게 밑간을 (소금과 참치액젓만으로)

맑은 국으로 말이다.
특별할 것도, 화려할 것도 없는 국이다.

엄마가 좋아하실지 싫어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저것 매일 다른 국을 끓여내느라 바쁘다.

앗 깜빡했다.

내가 음식할때 문제가 간을 안본다는 것이다.

원래 소금을 안넣는데 혹시나 싱겁다고 하실까봐

소금을 넣었는데 짜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황태는 오래 말려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바람 맞고, 햇볕 맞고,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국물이 난다.

콩나물도 마찬가지다.

어둡고 좁은 곳에서 자라야 아삭해진다.

오늘 내가 끓인 이 황태 콩나물국은 생각보다 인생이랑 닮아 있다.


어릴 땐 엄마가 끓여준 국을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그땐 국이 왜 맑은지, 왜 자극이 없는지 몰랐다.

이제는 안다. 그게 버티는 사람의 맛이라는 걸.

아프지 않게, 오래 가려고 선택한 맛이라는 걸.



오늘도 엄마 밥상을 차리며
개떡같은 내 인생을 잠깐 내려놓는다.
엉성해도, 잘 안 풀려도
이 국 한 그릇만큼은 제대로 끓이고 싶었다.


엄마가 숟가락을 들었다.
얼굴을 약간 찡그리시는 것 같다.

"아 짠가보다..."

아무런 말씀은 없으셨지만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엄마는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가는 애 , 안먹고 가는 애

그리고 하루종일 한명씩 집에와서 밥먹을 거리를 챙겨놓으시고

부랴부랴 수건 공장으로 일하러 나가시느라 바쁘셨던 기억이 난다.

그외에도 공사판에서도 일하셨던 기억도 있다.

5남매를 키워내느라 얼마나 수고스러웠는지...

항상 눈코틀새 없이 바쁘셨고,

그 바쁜 아침 시간에도

5명의 도시락을 싸야했으며

더불어, 온갖 자식들의 시중을 드느라

한명씩 일어나면서

짜증섞인 말투

용돈달라며 떼쓰는 나를 비롯해

정말 말그대로 전쟁같고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이 그려졌다.


그러면서 도시락에 들어간 반찬을 보고

오늘 도시락 안가져갈래

엄마 용돈줘~

엄마! 오늘 밥 안먹을래~

여기서 저기서 터저나오는 짜증섞인 말들

그런풍경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나는 매일 아침 엄마의 밥상을 차린다.
밥을 하면서 늘 같은 마음이 된다. 고맙다는 마음.


엄마는 단 한 번도
“맛이 없다”
“입에 안 맞는다”
“이건 안 먹겠다”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간이 싱거워도,

짜도,
국이 식어있어도,

반찬들이 맛이 없어도,
반찬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도
엄마는 말없이 숟가락을 든다.


천천히, 하지만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듯
꾸역꾸역 끝까지 드신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했다는 이유로 먹는다는 걸
나는 안다.

그 모습이 고맙고,
가끔은 미안해진다.

어릴 적, 엄마가 해준 밥을
투정 부리며 남기던 내가 떠올라서.

엄마는 오늘도 말 대신
빈 그릇으로 마음을 남긴다.


202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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