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가장 싼 사랑
알탕을 끓였다.
어릴 적 엄마가 겨울마다 동태탕을 끓이면
나는 얼굴부터 찌푸렸다.
비린 냄새가 난다며,
왜 또 이거냐며 투정을 부렸다.
그 동태 속에 들어 있던 알이
훗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알탕이 될 줄은
그때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동태 속에서 길쭉한 알을 꺼내
조심히 씻고, 무를 깔고, 고춧가루를 푼다.
알은 참 이상하다.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이는데
막상 끓고 나면
더 단단해진다.
어릴 적,
겨울이면 엄마는 늘 동태탕을 끓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가장 저렴한 메뉴였다는 걸.
“엄마, 왜 그렇게 동태탕을 자주 끓였어?”
나중에 물었을 때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때는 먹을 것도 별로 없었고…
동태가 제일 쌌어.”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때리던지.
더 맛있는 걸 해주고 싶었지만
형편이 허락하지 않아
가장 싸고 많은 걸 고를 수밖에 없었던 날들.
나는 그 국을 앞에 두고
싫다고 숟가락을 내려놓았었다.
매운 김이 부엌 천장에 닿고
코끝이 빨개진 채 앉아 있던 그 겨울.
엄마는 늘 알을 내 그릇에 먼저 담아줬다.
“이게 제일 맛있어.”
그 말이 진짜였는지
그냥 나를 먼저 먹이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그때는 몰랐다.
나는 그 소중한 알을
먹기 싫다며 집어던져버리기도 했었고,
가끔은 남기고
가끔은 짜증을 냈다.
이것 좀 그만 끓이면 안 되냐고..
지금 생각하면
그 알은 음식이 아니라
엄마의 몫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알탕을 끓인다.
엄마는 매운 걸 예전처럼 못 드신다.
조금만 맵다 싶으면
물부터 찾는다.
그래서 고춧가루를 덜 넣고
간도 한참 약하게 맞춘다.
알을 한 숟가락 떠
엄마 그릇에 먼저 담는다.
아무 말 없이.
그 순간,
그때서야 안다.
왜 엄마가 늘 내 그릇에 먼저 담아줬는지.
알탕은 매운 국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데운다.
차갑게 굳어 있던 기억이
국물처럼 천천히 풀린다.
하얀 김 사이로 보이던 엄마 얼굴.
“뜨거우니까 조심해.”
그 말이 아직도 귀 안에 남아 있다.
오늘도 알이 터지지 않게
조심히 끓였다.
엄마는 말없이 다 드신다.
예전의 나와는 다르게...
남기지도 않는다.
나는 그 빈 그릇을 보며
괜히 고개를 숙인다.
오늘도,
조금 늦게 철든 딸은
국물 위에 떠오른 알을 보며
마음이 먼저 터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겨울의 동태탕은
가난의 맛이 아니라 사랑의 맛이었다는 걸.
오늘은,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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