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nnievo Jan 04. 2024

소음, 그리고 잠 못 드는 밤

모두가 잠든 이 새벽에는 그대들의 소리가 이다지도 선명하다.

웃음소리와 물소리 따위가 선명한 것이
그대들의 탓이 아님을 나도 안다.

그래도 정체 모를 쿵쿵거림은,
생활 소음이라 불릴 기계들의 향연은,
온전히 그대들의 몫이라 여겨도 되지 않을까.

당신의 무지가 밤새 나를 괴롭히고
당신의 여흥은 나의 밤을 갉아먹는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다신 없을 죄인이다.
내 불면을 빌어 얼굴도 모를 그대들을 미워한다.


0시 0분.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아니다.
못다 한 빨래나 청소 따위를 해치우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이 지금이어서는 안 된다.

빛의 발명은 야심한 시각에 누군가를 자꾸만 깨운다.
보이지 않았으면 들리지 않았을 이 소음들을 나는 원망한다.

아, 새벽이 지나간다.
곧 동이 트면 나는 또 바삐 움직여야겠지.

그러나 누군가의 뒤척이는 시간 속에서도,
그대들만큼은 평안히 잠들기를 소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