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코알라 Jun 24. 2023

나는 유명 유투버와 한 달째 동거하고 있다.

자극적인 글 아니고 거짓도 아닌, 소소한 여름날 동거 일상에 대한 기록


나는 6월부터 서울 근교 전원주택에서 언니와 동거를 시작했다. 언니와 동거를 해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서울이 아닌 시골에 살고, 할머니네 집을 리모델링하여 살고 있는 그의 삶과 여행 유투버인 그가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언니는 왜 유투버로 살기를 선택했어?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 유투버를 하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 언니는 여행에 언제나 진심이고 가끔은 파키스탄과 같이 매우 위험한 나라도 여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던 것 이상으로 언니는 미얀마에서 2주 동안 명상만 하는 여행, 3주 동안 온전히 걷기만 하는 스페인 여행, 터키에서 두 달 살기 등 새로운 여행지 경험을 사랑했다. 그런 언니가 여행의 속도를 늦추며 한국 시골마을에 정착해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럼 왜 시골에 살기를 선택했어?


”서울에 있으면 영혼이 아파. 기가 빨려. 그리고 글을 온전히 쓸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필요했어. 그럼 너는 왜 시골에 살고 있는데? “
”나는 저혈압, 폐쇄공포증이 있었어. 일 년에 2번 공황장애가 와서 응급실에 가는데, 오피스와 지하철, 창문이 없는 쇼핑몰 등 많은 것이 나를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았어. “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선택한 우리의 시골살이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했다. 난 나와 비슷한 면이 많은 언니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같이 살기를 한 달 하면서 관찰한 여행 유투버로서의 언니의 삶은 정말로 흥미로웠다. 5년 동안 여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고, 10년을 블로거로 여행과 일상에 대해 공유한다. 이제는 경험을 확장하여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명상, 글쓰기 강연을 하고 언니의 삶과 생각을 다루는 책 출판 계약을 했다.


“언니는 또 다른 계획들이 있어?”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미혼과 한 달 살기, 여행에 대해 글을 쓸 거야.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는 세계여행테마에도 나가는 거야.”


우리는 하루에 한두 번의 산책과 두 끼의 식사, 한 끼의 간식, 자기 직전까지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여행 유투버와 창업가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삶에서 추구하는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 서로를 알기 전부터 각자 일 년에 수십 번은 해외를 오고 갔고 이번 겨울에는 그 동선이 겹쳐 드디어 만나게 됐다. 비슷한 것 말고도 다른 것도 많은데, 언니는 사람들에게 생각과 일상을 영상 기반으로 공유하고 전달하는데 매우 재밌어하는 반면, 나는 대중 앞에 서는 것과 나의 일상, 나를 노출하는 것에 언니만큼의 재미와 흥미는 없다. 또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에너지 레벨이 높은 아침형 인간인 나와 다른 저녁형 인간인 것도 다르다.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은 우리가 친해지게 하기도 하고 동시에 영향과 자극을 주기도 한다. 나는 6월 한 달 동안 언니를 통해 창업가로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특히 숨 쉬듯이 하는 콘텐츠 제작이 놀라웠다. 감각적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을 해나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또 유저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분석을 통해 매우 유기적으로 밀당하듯 컨턴츠 방향을 잡는다. 이런 방식으로 일주일에 언니가 쓰는 글만 최소 10개가 넘고 20분 내외의 영상을 기획, 편집, 제작까지 한다.


가볍고 숨 쉬듯 하자.


언니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됐다. 그동안 리더로, 서비스 생산자로 실수가 팀의 리스크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그럴 필요 없었는데. 그러면서 가볍게 시도했으면, 그냥 재미로 이유 없이 해봐도 되는 것들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수십만 뷰가 나오는 콘텐츠를 만드는 언니의 가볍고 숨 쉬듯 하는 모습은 이런 나에게 가볍게, 생각을 하지 말고 시도해 보라고 말해준다.


개인회사와 법인회사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회사의 매출을 내는 모델을 먼저 선택할지, 투자를 받고 매출을 좀 늦게 내는 모델을 선택할지,

팀 창업을 할 때 지분율은 어떻게 할지,

어떤 팀원들과 어떤 관계로 가야 할지,

혼자서 1인 창업을 할지, 한다면 장단점은 무엇인지


가벼이 나눌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조용하고 겁이 많지만, 그런 나도 가볍게 숨 쉬듯 말할 것들이 많았다.


창업가로 살면서 나의 전반적인 생활이 바뀌었는데, 9-6라는 오피스 출근이 아닌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찾은 생산성과 몰입, 목표 달성율을 높이고자 했던 시도들을 가볍게 공유할 수 있다. 또,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했던 질문들에 대해 내 선택들을 공유할 수 있다.


다시 내 마음속 제일 유명한 유투버인 언니와의 동거로 돌아와, 글과 영상을 만들고 세상과 언니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언니를 지켜보았던 한 달은 너무나도 특별한 동거이자 여행이었다. ‘미혼’ 아로미의 생각과 일상을 담은 책의 원고를 한참 쓰고 있을 텐데,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줬던 것처럼 그 책으로 인해 많은 ‘미혼’ 들이 스스로 살아가고 때로는 같이 살아가며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또 나도 언니에게 영감 받은 23년 6월 푸릇했던 이곳 여름날을 기억하며 숨 쉬면서 가볍게 창업가로서 매일의 고민과 선택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시골에서 창업하고 연매출 1억 5천을 달성하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