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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X ENGLISH Mar 14. 2023

아이들한테 벌써 영상을 보여줘도 될까요?

돌 이전의 미디어 노출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

텔레비전은 바보상자?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육아 난이도는 급격히 증가합니다. 가장 손쉽게 아이들의 집중력을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이 바로 ‘동영상’이죠. 최근에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재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지면서, 많은 부모님들이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두 돌 지나기 전까지는 절대 영상을 보여주지 말라는 충고도 듣고, 아직 두뇌 발달이 완전하지 않은 아이들을 너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하는 것은 아닐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오늘은 영유아기 영상 노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돌 이전의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노출하는 것이 두뇌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겠습니다.



미디어 노출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리 뇌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개념을 먼저 소개합니다.


뉴런: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를 받아서 전달하고 처리하는 뇌의 신경세포
신경망: 뇌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세포
시냅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합부, 신경전달물질이 이동하는 통로
뇌의 가지치기: 신경발달 과정의 하나로, 시냅스의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제거하는 현상


인간은 태어난 이후 다양한 자극들을 경험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냅스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위해 이 중에서 많이 쓰이는 부위는 발달시키고, 자주 쓰이지 않는 부위는 퇴화시킵니다. 이러한 신경활동 과정을 뇌의 가지치기라고 하는 것이죠.


출처) [우리동네 어린이병원] 유튜브 채널


위 그림은 나이대별 시냅스 밀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만 2세까지는 시냅스 밀도가 점점 빽빽해지지만, 성인기에는 특정 부분만 두꺼워지고 나머지 부분은 오히려 성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뇌의 가지치기가 발생한 결과인 것이죠.


출처) [우리동네 어린이병원] 유튜브 채널


나이대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맨 왼쪽 그림은 인간이 태어난 직후의 시냅스 밀도입니다. 이 시기에는 주변 자극을 상당히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 뇌에서 시냅스가 과도하게 증식합니다. 놀랍게도 이 시기에 성인 뇌의 약 80%가 발달하게 됩니다. 자극을 선별해내기보다 일단 모조리 받아들인 후에 뇌의 가지치기를 통해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달시키는 것이죠.


만 6세(가운데 그림)가 되면 배우고, 조작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신경망이 생성됩니다. 비유하자면 기초 공사를 하는 시기인 것이죠. 맨 오른쪽 그림은 만 14세가 되었을 때의 시냅스 밀도입니다. 만 6세 시기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더 성긴 시냅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만 6세 이전까지는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통해 신경망을 폭발적으로 생성해내는 기간이라면, 만 6세 이후부터는 뇌의 가지치기가 활발해지면서 자주 사용하는 특정 부분은 활성화되고 나머지는 퇴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뇌의 발달과정을 관찰해보면, 영유아 시기의 두뇌 발달이 중요한 이유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영유아 시기, 즉 뇌의 가지치기가 활발해지는 만 6세 이전 시기에 발달이 덜 된 부분은 추후에 가지치기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영유아기에 최대한 다양한 자극과 경험에 노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미디어 노출은 이러한 두뇌 발달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유아기에 일방향적 미디어에 노출되면 뇌의 발달이 골고루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미디어 콘텐츠는 직관적인 시각적 자극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적 자극은 후두엽의 시각중추에서 곧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다른 감각 자극에 비해 두뇌의 적은 부위만을 거치게 됩니다. 이와 달리 촉각적 자극은 소뇌 → 대뇌 → 언어반구를 거쳐 복잡한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영유아기 미디어 노출이 많으면 다양한 뇌 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처럼 영유아가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유목 학습자가 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유목 학습자란 주의력이 짧아 특정 콘텐츠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학습자를 말하는데, 주로 문자보다 직관적인 매체인 영상과 음성에 익숙한 경향을 보입니다. 공부한 내용이 머리에 남으려면 우리가 배운 것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이 정리하는 능력을 흔히 사고력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것을 담당하는 기관이 바로 전두엽입니다. 하지만 일방향적 미디어의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자극은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디어로 공부하는 것’이 마냥 능사라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 노출을 완벽하게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흔히 부모님들은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들 말씀하십니다. 영유아기 미디어 노출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뇌의 가소성(plasticity) 덕분에 뇌는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놀이와 경험을 통해 미디어 노출 시간을 대체한다면 뇌의 기능은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죠.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러한 뇌의 특성을 고려하여 현명하게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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