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말조심’ 해야 하는 이유
지난 포스팅에서 영유아 시기 외국어 노출이 아이들의 음소지각능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중앙대학교 아동발달심리연구실의 실험을 소개했는데요, 해당 연구진은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의외의 요소를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바로 엄마가 받은 교육 기간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수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주양육자인 엄마의 발화 특징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 중에서도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발화 특징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죠. 엄마가 아이에게 말할 때의 문장 구성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통해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 역시 다양한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이의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이의 언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선행연구에서 밝혀낸 것은 주로 어휘 습득이나 어휘 재인 속도 (어휘를 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인식하는 속도) 등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연구진의 궁금증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생애 초기의 모국어 음소지각능력에도 영향을 줄까요?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인한 입력 언어의 양과 질의 차이가 생애 초기 모국어 음소지각능력 발달에 미치는 영향
중앙대학교 연구진은 평균 나이 9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설문지를 통해 부모의 총 교육 연수, 직업, 가족의 연수입 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조사했습니다. 그 후 이전과 동일하게 기대 응시 패러다임(Anticipatory Eye Movement Procedure)을 통해 영아들의 음소지각능력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의 음소지각능력은 부모의 직업, 가정의 연 수입, 아버지의 총 교육 연수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총 교육 연수와는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였습니다. 쉽게 말해 어머니의 교육 연수가 길수록, 아이의 음소지각능력 역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입력 언어의 차이, 즉 아이에게 말을 하는 방식이 생애 초기 음소지각능력의 발달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엄마의 말을 듣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영유아 시기의 언어 자극 노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문헌
최미혜, 최영은. (2014). 초기 음소 지각 능력 발달에서 입력 언어의 역할 탐색. 언어과학, 21(2), 13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