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지각능력과 관련된 국내 연구 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동안 VOX 언어 연구소에서는 음소지각능력 소실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소개해드린 연구는 모두 해외에서 진행된 것이지만, 한국의 언어학자들 역시 이러한 음소지각능력의 양상이 한국 영아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언어과학회에 발표된 “한국 영아의 영어 음소 /l/ - /r/ 변별에 대한 ERP 연구”의 내용을 통해 한국 영아의 외국어 음소지각능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연구팀의 주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국 영아들 역시 생후 6개월 이후에 외국어 음소지각능력의 감소를 보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행 연구 결과와 동일하게 외국어 음소 대비에 대한 뇌의 반응이 12-15개월 영아보다 5-7개월 영아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인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12개월 이후의 외국어 음소지각능력은 어떻게 발달하는지 역시 살펴봐야 합니다. 선행 연구에서는 6개월 아이들과 10-12개월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10-12개월 아이들의 외국어 음소지각능력이 감소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6개월과 12-15개월 아이들을 비교하여 12개월 이후에도 외국어 음소지각능력이 남아있는지를 검증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질문에 따라 연구팀은 5~7개월 영아와 12~15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la/와 /ra/ 발음을 들려준 후 뇌파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5~7개월 아이들은 /la/와 /ra/ 발음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la/를 들려줬을 때와 /ra/를 들려줬을 때 유의미한 뇌 반응의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한편 12~15개월 아이들은 /la/와 /ra/ 발음을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la/를 들려줬을 때와 /ra/를 들려줬을 때 유의미한 뇌 반응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실험 결과, 한국 영아의 외국어 음소지각능력도 월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더불어 해당 연구를 통해 한국 영아의 /l/, /r/ 음소 구분 능력의 변화 양상은 기존에 밝혀진 일본 영아의 음소 구분 능력 변화 양상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에서는 /l/, /r/을 대응시킬 음소([ɾ], [l])가 있기에 각각을 대응시킬 음소가 없는 일본 아이들보다는 두 발음을 잘 구별할 것”이라는 몇몇 학자들의 제안은 기각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생후 직후에 외국어와 모국어 음소를 모두 추상적인 음소 범주에 근거하여 지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모국어 체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모국어 음소는 계속해서 추상적인 음소 범주적 처리를 하는 반면, 외국어 음소는 음향적 처리를 하도록 변화하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참고문헌
한국 영아의 영어 음소 /l/ - /r/ 변별에 대한 ERP 연구, 김은영, 김효림, 송현주, 전영미, 최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