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yager Aug 05. 2018

당신의 이야기의 힘을
당신은 믿나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생각을 내가 믿어준다는 것

(지난 이야기에서는...)

반복되는 삽질과 깨달음 끝에 인생 첫 대외활동을 하게 된 오디세이. 떨리는 마음으로 첫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고,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게 되는데...




발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마음의 짐,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존재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발표의 신'들에 대한 책들이 지금까지 나오고,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소위 말하는 '임팩트'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렇게 하지 못 할 까봐 걱정한다. 


설명이 필요없는 발표의 신, 스티브 잡스. 사람들이 원하는 말만, 기억에 남게 전하는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걱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2주에 한 번 꼴로 강도 높게 조별과제가 주어졌고 (그것도 영어로!), 2년 가까이를 계속 하다보니 나름대로 발표를 잘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친구들에게서 잘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그러나 나의 착각은, 대외활동 합격 이후 발표를 하면서 아주 제대로 깨지게 된다. 


내가 참여한 첫 대외활동은 '드리머즈마케팅스쿨'이라는 활동이다. 마케팅 강연을 듣는 것과 후기를 적어서 제출하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과제는 바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고, 챕터 별로 내용에 대한 예약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발표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여기였다. 내 생각을 더해서 발표하는 것.




발표를 준비하면서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장벽을 마주했다. 생각을 더하라니, 이 무슨 밑도 끝도 없는 말인가. 특목고에서 오직 정답만을 찾는 훈련만 죽도록 받고, 대학에 와서도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한 학점을 따기 위해 정답 찾는 연습만 했다.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것 자체가 낯선 게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발표할 때마다 나는 나를 향한 그 수많은 눈빛들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 눈빛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 하는 것 같았다.

너 얼마나 말 잘 하나 보자.
너 얼마나 잘났나 한 번 보자.
너 하나라도 틀리나 안 틀리나 보자.


발표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번엔 얼마나 바보같은 말 하나 한 번 보자.'




나의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씩 걷어내는데는 나와 함께 한 같은 팀 친구들, 그리고 멘토님의 도움이 컸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나는 참 답답하고 말 안 통하는 구석이 많았을 텐데도, 나와 함께 고민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생일 때는 생각하지도 못 했던 서프라이즈 파티까지 열어주었고.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굉장히 활달하고 밝은 성격이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고마운 나의 팀 친구들은 행동으로, 말로 이 문장을 내 마음에 새겨주었다. 


그냥 너 생각을 말 하면 돼. '생각'이잖아? 맞고 틀린 건 없어 :)


그러게. 애초에 정답이란 게 없는 생각을 말하는 데 정답을 말하려고 하니 당연히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를 매섭게 평가하고 측정하던 그 눈빛들은, 돌아보니 나의 자격지심과 무기력함, 눈치가 만들어낸 한 줌의 허상일 뿐이었다. 결국 내가 처음으로 참여한 대외활동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라면, 내가 내 생각과 이야기의 힘을 믿는 만큼만, 다른 사람들도 내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하루 하루를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십시오.
언젠가는 분명 당신 생각대로 마지막일테니.
_스티브 잡스, 2005년 6월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스티브 잡스가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기업인으로 인정받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제품과 서비스들, 발표의 정석 그 자체였던 프레젠테이션까지. 그러나 그 기반에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대외활동을 하며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각을 믿는 만큼만 우리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정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내가 인생 첫 대외활동으로 얻은 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쉬운 일 = 새로운 사람 만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