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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ul 22. 2018

경험을 경험하려면
어딜 가야 하나요

경험을 찾기도 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만들었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었던 오디세이,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다. 마케팅을 하기로 결심한 오디세이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답답한 학교 생활에 질려 2015년의 겨울, 대외활동을 찾기 시작하는데...




SNL 코리아를 빛낸 스타 중 한 명은 단연 유병재일 것이다. 직설의 끝을 보여주는 말빨로 우리에게 공감과 칠*사이다를 선물해준 그는 많은 명대사를 남겼지만, 처음으로 대외활동을 찾는 나에게 가장 다가왔던 대사는 역시나 이 장면의 대사였다. 



분명히 새로운 경험을 찾는 대학생들을 위한 건데, 경험이 필요하다는 거지. 뭔소리야 이게?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도 면접을 본 적도 없던 것도 있었지만, 대외활동을 찾으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 놈의 경험이었다. 내가 아는 한 대외활동은 아직 일자리를 구할 나이가 안 되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실제 업무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리였다. 그런데, 사회로 나가는 첫 단추를 끼우는 데에서부터 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넌 예전에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이 치킨도 먹을 자격이 없다', 이런 식으로 들렸다. 


그래서 일단, 나에게 좋은 경험을 줄 활동이 어떤 것들일까부터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름뿐인 모임을 하고 아무 의미 없는 수료증을 받는 활동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마케팅이라는 활동을 기초적이나마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활동이었다. 그런 기준을 세우니 대외활동의 홍수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골라내기도 편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경험이었다. 



이 활동에는 왜 지원했나요?
뭘 배우고 싶나요?
키워드 몇 개로 자기소개를 해주겠어요?
팀에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대외활동은 결국 대학생 대상이기에, 지나치게 어렵거나 난해한 질문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두려움을 느낀 이유는, 저 질문들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서였다. 자기소개서 양식을 다운받아놓고, 깜빡이는 커서만 하염없이 쳐다보며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집으로 돌아온 날도 많았다. 내가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건가, 합격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며 산 걸까... 그런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하는 활동의 합격자 수기들을 찾아 읽었는데, 의외로 화려한 경험들을 쌓아온 사람들만 합격하는 건 아니었다. 경험의 가짓수가 적어도, 자기 이야기와 생각들로 경험을 알차게 담은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받았다. 결국, 위의 질문들이 묻는 건 하나였다.


전 오디세이라는 사람 당신이 궁금합니다. 스펙 말고요.




솔직히 처음 대외활동을 준비하며 합격수기를 읽을 때, '자기 경험을 잘 풀어서 쓰면 된다', '경험 수보다 정리가잘 된 게 중요하다'라는 말을 나는 믿지 못 했다. 그러나 합격 수기들을 읽어볼수록, 그리고 그 사람들이 활동하며 만드는 결과물들을 볼 수록, 불신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대외활동 자기소개서를 막막해하며 머리를 싸맨 지 1달만에 발견한 것이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들의 합격 수기들을 보지 않았다. 대신, 공통되는 질문들을 모아두고 그 질문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어떤 과정으로 해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한결 명확해졌다. 내 이야기를 내가 쓰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처음으로 준비한 자소서 중 일부. 내가 들은 수업들과 군생활, 거기서 달성한 것들과 생각들로 내용을 채웠다. 내 인생 첫 면접까지 나를 이끌어 준 자소서이기도 하다. 


덕분에 합격하는 활동들이 하나 둘 생겼고, 2016년의 봄에는 가장 유명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외활동들의 면접까지 참여하는 성과가 있었다. 다 떨어지긴 했지만. 그런 와중에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발견한, 규모는 작지만 알차보이는 활동에서 나는 첫 합격 소식을 들었고, 그 활동을 통해서 내 인생 가장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확신하는 것에 쿨이란 단어가 따라온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쿨한 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밀어붙여서, 결국 자신이 쿨함을 만드는 것이다.
_JOH&Company, 『Magazine B No.61: Acne Studios』


친한 친구나 가까운 후배가 새로운 시작을 어디서 할지 막막해하면, 나는 대외활동을 항상 추천한다. 내가 활동을 통해서 정말 많이 변화했고, 수도 없이 많은 뛰어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단계인 자기소개서를 쓸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예전에 썼던 서툰 자기소개서들을 보내준다. '너가 가진 것들이 답'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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