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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ul 03. 2018

'하고 싶은 일'이 도대체 뭘까?

거대한 전환점의 시작선에 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라!" 몇 년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리는 말이다. 물론 좋은 말이다. 이왕에 돈을 벌면서 살 거,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좋지.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교훈적인 콘텐츠들 중 태반이 이 말을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할 것 같고,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어딘가 뒤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도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겠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 지가 명확하지가 않아 불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고 넘기곤 했다. 그러나 정말 운 좋게 카투사로 군생활을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인생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의문을 가졌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저렇게 잘 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카투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범했다. 어학병으로 복무하며 나와 함께한 후임병은 일본 최고 명문대학에서 최우수 졸업을 하고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친해진 동생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예술대학에서 공부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었고., 말빨만큼은 4성 장군급이던 한 형님은 보험 판매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무엇을 잘 하는지를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지?'하는 자괴감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상병으로 진급했고, 본격적으로 나의 미래를 공부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그 동안 공부해 온 게 무역 쪽이었고, 선배들도 취업이 곧잘 돼서 사회생활 하는 것을 보았으니, 나도 그 쪽으로 준비하면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름 좀 있다 하는 네이버 취업 카페들에 모조리 가입하고, 어색하던 선배들에게도 얼굴에 철판 깔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서 물어보았다. 상사, 물류 기업에서 일하는건 정말로 어떤지를. 내가 전공을 그대로 따라가면 하게 될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그렇게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 알아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닌데?"

생각 이상으로 무역 업계는 나와 맞지 않은 곳이었다. 세계를 누비며 계약을 성사시키고, 무역로를 개척하는 상사의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일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군대식 문화, 밑도 끝도 없는 야근의 반복, 그리고 사내정치와 암투가 있었다. 오죽 충격을 받았으면, 이런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드라마 <미생>은 중간에 보기를 포기했을까. 물론 모든 상사가 이런 것은 아니고, 내가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발품을 팔아 모은 정보를 종합한 결론은 무역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은,
‘성적이 잘 나오니까 잘 하겠거니’라고 착각한 일이었다.




충격이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생각 이상으로 나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해 오던 조사와 공부의 중심을, 직업에서 나로 돌렸다. 직업가치관검사와 MBTI 검사, 학교에서 하는 취업상담 등, 나라는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 했다. 그리고 그 검사들과 상담들에서 나온 추천 직종은,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마케터 내지는 광고, 홍보 등의 직업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에 대해 알지 못하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것도 그 때 깨달았다. 


어느덧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고, 나는 일단 나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을 필요했고, 대학생 2학년의 신분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들은 대외활동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한 군대를 나온 나는, 평생 알아본 적도, 궁금해한 적도 없는 마케팅 대외활동을 찾아 헤메기 시작했다.




결국 나를 알아야 한다!

나도 이해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고, 많이 듣기도 한 말을 왜 또 하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되겠거니'하고 어렴풋이 내 미래를 고민하는 것과,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지금 존재하는 일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무게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8년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은 느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해서 물어보고 자신부터 알아가면서 방향을 잡아간다면, 내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고르는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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