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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un 05. 2018

소심한 마케터 워너비의 '경험창고' 만들기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가

#1. "경험을 많이 해라." 우리 주변의 '인생 선배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보이는 콘텐츠 중 상당수는 결국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는 결론으로 끝맺는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신선하고 새로운 콘텐츠와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팔아야 하는 마케터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말들을 들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뭐 어쩌라고?



가만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경험을 많이 하라고만 했지, '어떤' 경험을, '어디에' 가서, '어떻게' 경험해야 할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슨 경험을 어떻게 쌓아야 할지를 감을 잡지 못한다. 나의 경우도 오랫동안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마케팅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 어디서 경험할 수 있을지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 필요한 정보를 구해야 할지, 어떤 경험이 나를 더 풍성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지에 대한 기준은 어느 정도 잡은 상태이다.



#2.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호기심이 많고, 어느 하나에 굉장히 깊게 몰입하고 찾아보는 성격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엔 좋지만, 다양한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마케터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가 가진 이 '꽂히는' 특성을 장점으로 바꿀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래 세 가지 활동을 통해 경험의 범위를 꾸준하게 확장하고 있다.


(무작정) 클릭하기.
(혼자)가 보기.
(일단)해보기.




#2-1. 페이스북은 나에게는 친구들의 소식을 아는 창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정보들을 두루 모아보고 새

로운 관심을 발견하는 보물창고이다. 페이스북에는 마케팅 트렌드는 물론, 영감을 주는 새로운 생각과 의견들, 곱씹어두고 읽을 만한 글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콘텐츠들을 읽거나 보는 등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만, 나의 경우는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행동을 하나 더 한다. 그 콘텐츠를 올린 페이지나 사람을 좋아요 하거나 팔로우하는 것이다.  팔로우와 좋아요는 아주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언제 어디서든 페이스북을 열면,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마케팅 정보와 인사이트들이 정리되어 펼쳐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받아보는 페이지들 중 일부. 마케팅 인사이트는 물론 비즈니스 이슈와 트렌드, 커리어 관련 소식 등 다양하다.



이렇게 좋아요나 팔로우를 클릭해두는 간단한 행동으로, 마케팅 관련 이슈와 트렌드를 따로 찾아볼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거기에 더해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 기회가 적었던 음악 산업, 디자인, 글쓰기, 인문학과 관련된 지식들과 트렌드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페이스북은 지금도 나에게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정보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2-2. 나는 다소 특이하다고 할 만한 취미가 있다. 2주일에 한 번 꼴로, 가 본 적 없는 장소 하나를 정해 혼자서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이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녹사평 경리단길이었고, 이후 을지로, 망원동, 연남동 등을 돌아다녔다.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면, 여럿이서 다닐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외국처럼 바깥에 앉을 수 있게 드럼통 의자를 갖다 둔 수제 맥주집, 간판조차 찾기 힘든 숨겨진 막걸리 큐레이션 가게, 아는 사람들만 아는 구석진 곳 고풍스러운 카페 등등. 나중에는 강연이나 전시회 등도 '혼자면 뭐 어때, 가 보자!'라는 생각으로 발품을 팔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은 나에게 인터넷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신선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주었다.



세바시 강연과 아르바이트로 참여한 수제맥주 축제, 그리고 나만의 신발 만들기. 모두 '혼자면 뭐 어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런 나의 역마살(?)은 다양한 경험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는 말이 마케터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경험해보고 거기서 얻은 생각과 정보들을 정리하면, 그것 자체가 나만의 마케팅 아이디어, 인사이트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삼겹살도 많이 구워 본 사람이 잘 굽는 것처럼 말이다.




#2-3.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면서도 진부한 말일 것이다. '일단 해 봐야'한다는 것. 그러나 대외활동과 인턴 등을 경험하며, 난 '일단' 해 봐야 한다는 말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가장 최근 이 말의 가치를 느낀 건 불과 3달 전, 광고회사 TBWA에서 운영하는 "주니어보드"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였다. 광고와 마케팅을 지망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선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이름 높았고, 그만큼 경쟁률도 살벌했다. 전국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1년에 1번 선발하기에, 4학년인 나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재도전조차 할 수 없었고, 광고와 관련된 수상 실적이나 경력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인턴을 하던 시점이었기에 준비할 시간적, 심적 여유도 부족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아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꾸역꾸역 준비했다.



이거 안 돼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광고와 마케팅이라는 길을 걸어왔는지를 매력적으로,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번만 해보자. 떨어져도 안 죽는다.'라는 생각 하나로 밀어붙였다. 나는 자신감이 대단한 사람도, 남들보다 특출 날 정도로 마케팅과 광고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안 돼도 죽진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있는 걸 전부 쏟아부었을 뿐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최종 합격했고,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광고와 마케팅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4~5달 후에는 몇백 명의 관중 앞에서 발표까지 할 예정이다. 단지 이 경우뿐만 아니라 내가 마케팅에 처음으로 눈을 뜬 마케팅 대외활동, 미국에서의 푸드트럭, 그리고 예정에도 없었지만 합격한 스타트업 인턴까지, 모두 일단 해 보고 생각하자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할까 말까 할 땐 하고, 살까 말까 할 땐 사세요.
그 돈과 시간만큼의 자산을 남기면 됩니다. 최선을 다해 경험합시다.
- 장인성, <마케터의 일> 중


경험을 쌓는 것은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찾고 폭넓은 관점을 갖추길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찾고 그 기회를 잡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적어둔 세 가지 방법이 여러분의 경험 찾기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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