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yager Jul 14. 2019

현지에서 살아는 남을까?

LA 푸드트럭 이야기, 그 첫 번째.

"이렇게 하면 팔릴 거라 생각한 거예요? 정말로?"



백패커스 푸드트럭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1달 간의 국내 교육에 참여한 지 1주일.
나와 팀원들 모두 이 날 선 질문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대외활동도, 동아리도, 취미도 아닌 진짜 비즈니스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은 이토록 매서웠다. 




백패커스 푸드트럭 프로그램은 본래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이름으로 한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 대학생들에게 실제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푸드트럭 운영으로 방향을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나와 11명의 팀원들은 그 프로그램의 시작을 맡은 사람들이었기에,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직접 쌓아 올려야 했다. 비빔밥이라는 제품에 대한 이해부터 새로운 영업 지점 개척, 마케팅과 구매 유도, LA의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공헌 활동 기획과 운영까지. 전부 다.


백패커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프로그램 개요도. 위에 적혀있는 모든 과정들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했다. 1달 안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워낙에 많았기에, 나와 팀원들은 미국행에 앞서 1개월 간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사업을 준비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경험 지도"다. 이름이 말해주듯, 새로운 고객이 우리의 푸드트럭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제품을 받고 트럭을 떠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과정별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작성하는 과제였다. 



화이트보드에 붙은 포스트잇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커다란 화이트보드, 그리고 수많은 포스트잇.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보드에 붙은 포스트잇의 순서는 계속해서 바뀌었고, 점점 중구난방이 되어갔다. 결국, 프로그램 매니저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이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거 장사예요. 대외활동 아니고.



나와 팀원들 모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아, 이거 장사하는 거였지.
아, 미국에 가서 정말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되는구나.




그 이후로 셀 수도 없이 포스트잇을 새로 쓰고, 찢고, 떼고 붙이는 작업을 3시간을 넘게 했다.

제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여부, 구매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 예상치 못한 재료 소진 상황...


상상할 수 있는 상황들을 최대한 생각해내고 대응책을 포스트잇에 적으며, 한없이 넓어 보이던 화이트보드를 채웠다. 그리고 그 교육을 계기로 모두들 정말로 장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만만한 일이 아닌지를, 얼마나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힘든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 는 착각을 했다. 




"우리 가서 망하는 거 아니겠죠?"

늦은 밤 교육을 마치고 강의실을 떠나며 누군가가 툭 던진 말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지금 현지에서 먹히냐 마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문제였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잘러'의 필요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