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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ul 29. 2018

어딜 가나 매력만점인 그대들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매력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걸요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큰 단어 중 하나는 매력임이 분명하다. 정보를 얻고 비교하기가 어느 때보다 쉬워진 이 시대에, 매력이 없는 콘텐츠나 상품과 서비스는 가차 없이 버려진다. 매력을 평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스킵 불가능한 광고를 보는 6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광고들을 보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들은 매력적이다 / 그렇지 않다를 판단한다. 


발달한 기술 덕분에 사람을 비교하고 재는 것도 아주 쉬워졌다. 예전에 사람을 만날 때는 형식적으로라도 대화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편이었다. 지금은 굳이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대화보다도 SNS 주소와 카톡 프로필 사진을 먼저 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단시간에 어필할 게 딱히 없는 내가 매력이란 단어를 어렵게 느낀 이유다. 




대학생활에서도, 동아리에서도 나는 자기소개 시간이 제일 무섭고 두려웠다. 외모가 특출 난 것도, 말을 잘 하는 것도, 딱히 특별하게 잘 노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있으나 마나 한, 조용조용한 존재였다.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이 하는 행동거지나 말투들을 따라 해 본 적도 있었다 (물론, 잘 된 적은 없었다). 매력을 말해보라거나 발표해보라는 과제 같은 게 주어지면 진저리를 쳤다. '아니 말할 게 없는데 뭘 더 짜내서 말하라는 거야?' 같은 생각도 들었고, 일부러 나 망신 주려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굳이 내 매력을 말해보자면... 백치미...?


난 그래서 내 동생이 참 부러웠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은 나와 모든 면에서 반대였다. 자신감 있고 털털한 성격에,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리더십도 대단해서 주변에는 언제나 친구들로 바글바글했다. 내 동생이지만 외국 하이틴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고 따라가는 나와는 비교가 많이 됐고, 그래서 오랜 시간을 자괴감에 시달렸다. 




군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면서, 나는 이 '매력'이란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만 맞춰주고, 비교하면서 나의 못난 점만 까내리는 내 모습에 나는 지쳤다. 그때부터 나는 철저하게 나라는 사람에게만 집중했다. 대외활동을 미친 듯이 찾고, 있는 대로 지원해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안 따라 하려는 시도를 했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재미있게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내가 아는 거다 싶으면 몇 마디 하고. 그런 사소한 시도들을 조금씩 쌓아나갔다. 



대외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내키는 대로 했던 것 같다. (BGM: 빅뱅 -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이, 다른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빛깔을 만들어주었다. 말수는 적어도 들어주는 것 하나는 훨씬 잘하고, 남들이 못 보는 디테일들을 볼 줄 알고, 어떤 의견을 들어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고 공감해줄 수 있는 것들. 그게 내가 가진 색이었다. 뒤쳐지거나 덜떨어진 게 아니라, 그냥 각자가 가진 빛깔이 다를 뿐이었다. 



가공하지 않은 순간들이야말로
개인의 가장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에서 Product Lead를 맡고 있는 맷 지츠먼 (Matt Zitzmann)이 한 말이다. 그 어느 SNS보다도 꾸미는 게 중요해 보이는 인스타그램의 개발자가 한 말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짚어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색깔을 잘 이해하고 보여주는 것. 그게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매력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힘들어할 때도 많다. 그러나 이제는 나와 대화를 많이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알아가면서 매력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덜어내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답하기 힘들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시간은 걸려도 나는 나만의 매력을 발견하고 쌓아올린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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