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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May 27. 2024

한국 엄마의 친구 사귀기



우리가 이 섬에 온 시점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다.

여기 와서 아이들 친구 엄마들도 사귀고 싶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은데...쉽지가 않았다.

이전에 이 섬에 살았던 지인이 어떻게 외국 엄마들을 사귀는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단 학교가 끝날 때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학교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같이 와서 기다리는 엄마들과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계속 아이들 하교 때 마주치게 되면 친해질 수 있다는게 전략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온 시즌이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대부분 부모님들이 차로 아이들을 데리러 왔고 차안에서 내리지 않고 차가 줄을 쭉 서면 선생님 중에 한분이 차 안에 놓아둔 팻말을 보고 아이를 무선 마이크로 부른다. 그럼 그 아이가 나와서 차를 타고 바로 집에 갔다.

그나마 학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소수의 부모님들은 서로 별 애기 없이 각자 아이들을 기다리다가 나오면 얼른 데리고 집에 갔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여기서 사람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고 애길 했다. 그랬더니 시장 없냐고? 시장 같은데 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애기하면서 영어도 하고 그러라고했다.

여긴 시장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걸어다니지 않는다. 일단 계속 비가 오고 날씨도 춥고, 걸어다닐만한 보행로도 한국처럼 넓지가 않다. 차가 없으면 다닐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나마 버스가 한대 있긴 한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여기서 아이들 학교친구 엄마들을 사귀어야 하나...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후 비가 오지 않으면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했다.

그렇게 몇번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첫째와 둘째 같은 반 친구 엄마를 놀이터에서 만나면서 친구가 되었다. 그 엄마도 이 섬 출신이 아니라, 우리가 이곳에 오기 일년전에 이 섬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코로나 시즌이라 학교를 보내지 않고 아이 둘을 홈스쿨링을 했다. 2년 째 되는 해에 처음으로 학교를 보낸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똑같이 처음이다.




알래스카 학교 놀이터


섬에 있는 아이들의 특징은...어릴 때부터 같은 유치원, 학교...외부에서 오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친구는 우리랑 똑같이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 딸의 첫번째 친한 친구가 되었다.


주님이 예비해주신 걸까...그렇다고 믿는다.

그렇게 첫째의 친구는 다른 도시에서 온 아이들과 단짝이 되었다.




나의 초등학교 때를 기억해본다. 사실 기억나는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지금 딱 한명과 연락하고 있다. 그 친구는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아직도 초등학교 친구들과 만나고 연락한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학창 시절, 나에게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연락하는 친구가 많지 않지만 내가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친구로 나를 떠올렸을 때 행복한 기억을 가진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친구 엄마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으로 남게 될까...이 생각을 하니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 오늘의 결론은…


지금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도록

그렇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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