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에서 안과가기
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안경을 썼다.
그때는 국민학교였는데 학생이 너무 많아서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수업을 했다.
우리 교실은 반지하에 있었고 어두웠다.
초등학교 때 노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동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고무줄 뛰기, 시마차기, 때론 서리도 하면서 뒷동산에서 온 동네를 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방학이 되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 다독상을 받았다. 산개울에 가서 빨래도 했던 기억이 있다. TV도 많이 봤었다. 시간마다 맞춰 나오는 만화영화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학교교실이 지하였기 때문에? TV를 많이 봐서? 책을 많이 봐서?
아니 그것보다는 유전인 것 같다.
나는 일찍이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두 아이들도 첫째 딸은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안경을 썼고, 둘째는 유치원 때부터, 같이 TV를 보면 항상 눈을 찌푸리며 어느 순간 TV 앞에 가 있었다.
안과에서는 난시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렇게 둘째는 일찍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안과에서는 6개월마다 시력검사를 하러 와야 된다고 했다. 여수로 이사하고 나서 우리 동네에 딱 한 개 안과가 있었다. 늘 엄청난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고 안과에 가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적어도 두 시간 넘게 안과에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시력검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서 아이들 시력검사를 하러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개념 없는 엄마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그렇구나... 개념 없는 엄마였구나'라는 것을 인지했다. 의사선생님은
“6개월에 한 번씩 시력 검사, 정기 검진은 꼭 하러 오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얄래스카로 오게 되었다.
아이들 시력검사를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에서 안경 세 개를 들고 왔다.
두 개는 그야말로 일상 생활용이었고
하나는 작은 글자도 잘 보이는 안경, 당연히 무겁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기라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시력검사를 하러 가야 했다.
우리가 사는 섬에도 안과는 딱 한 개였다.
예약 잡기가 엄청 힘들다고 했고, 가격은 사악했다.
다행히 예약은 한 달 뒤로 잡혔고 처음으로 안과에 갔다.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서류를 작성했다.
시력검사 기계는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한국에 안경점 사장님께 보냈다. 너무 신기하다고~그랬더니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그 기계는 오래된 거예요. 저희는 그런 기계 안 써요."
앗. 그렇구나. 여긴 시골이구나 다시 한번 더 실감했다.
다행히 시력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시력 차이도 별로 없었고...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시력검사 비용은 사악했다.
이곳에서 보험이 없는 우리는 시력검사만 아이 둘 했는데 7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사실 돈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다른 큰 도시에 가면 조금은 쌀 수도 있다는데 그렇게 하려면 섬에 사는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된다. 비행기 값만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이 섬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그렇게 비용을 지불하고, 안경은 한국에서 늘 가던 안경점 사장님께 주문을 했다. 지인에게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첫해에 그렇게 시력 검사를 한 후, 다음해에 또 예약을 잡고 안과에 갔다.
기계는 변함없이 똑같았고 의사쌤도 같은 분이셨다. 가격 또한 여전히 사악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시력검사는 매년 정기 행사처럼 잡혀있다.
언제쯤 이 비용은 내 마음에서 받아드려질 것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안과 예약할 시즌이 다가온다.
알래스카 섬에서 적응하기 2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