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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May 20. 2024

1년 37주 도시락 싸기

 알래스카 일상


한국 학교 급식!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여기 와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새로운 과업 중 하나,

바로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싸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보면,

엄마가 항상 도시락을 싸 주었다. 그리고 반찬은 늘 똑같았다.

고추장 일미 무침.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똑같은 반찬을 싸 가는데 질리지가 않았다.

아직도 엄마가 해주었던 고추장 일미 무침의 색깔과 맛이 기억난다.


나의 두 아이들은 여수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여수**초등학교

급식은 정말 최고였다.

도서관에 자원봉사하러 가는 날이면 같이 봉사했던 엄마와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급식을 먹을 때마다 생각했다.

매일 학교 와서 점심 먹으면 정말 최고겠다고^^

그렇게 첫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3월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후 이곳으로 왔다.




우리가 알래스카 시골 섬에 왔을 때, 코로나가 한창이었다.

학교에서 공짜로 점심을 나눠준다고 했다.

학교를 등록한 때가 여름 방학 중이었기 때문에,

썸머 스쿨을 하는 동안 공짜로 도시락을 받을 수가 있었다.


학교에 도시락을 받으러 간 날, 노랑 봉투에 뭔가가 담겨 있었고 우유를 하나씩 주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스낵과 몇 가지 자질구레한 먹을 것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먹을 만한 게 딱히 없었다. 그나마 우유가 괜찮았을까...


울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먹기 싫다고 했다. 그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도시락을 싸 줄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이 선택 사항 없이 급식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도시락에 뭘 싸와?" 물었더니 스낵에 과일 조금 또는 샌드위치라고 했다.


밥심이 중요한 한국인!

본인들은 그런 걸 먹고 학교에서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다고, 무조건 점심은 밥을 싸가야 된다고 아우성이었다. 샌드위치는 우리에게 식사가 아니라 간식이지 않은가 ㅋ


도대체 뭘 싸줘야 하나? 일단 한국 식재료가 한정적이고, 코*코도 트레****도 없고, 유일한 마트, Safeway.

유튜브 폭풍 검색 후 미국 까칠이 유튜브를 발견했다. 유튜브 보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작은 노트를 사서 그림까지 그렸다. 그리고 까칠 맘이 구입했다는 도시락 용품들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와서 새롭게 알게 된 모습! 내가 도시락통 사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면 도시락통이 그렇게 사고 싶다. 중고 가계를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하나씩 사 모은 도시락통...

" 얘들아~~ 어머니 오늘도 도시락통 사 왔어~~~"

" 네?? 또 샀어요??"

그래도 어떡하나. 도시락통을 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을^^

사실 많이 절제했다. 마음은 더 사고 싶었지만...





그때부터 부지런히 지난 2년간, 여름방학 3개월, 겨울 방학 2주, 봄방학 1주 빼놓고 매일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메뉴는 다양하게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정착한 5일 치 메뉴!!

-김밥, 주먹밥, 삼각김밥, 소시지 김밥, 무수비-




 

 까칠 맘처럼 다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았으나, 아이들이 원하지 않았다. 감사 ㅎㅎㅎ

게다가 까칠 맘은 매일 도시락에 두 아이들을 위한 메모를 적어주었는데, 몇 번 따라 해 보았으나 애들이 하지 말란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면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모두 다 부러워했다. 그 덕분에 일 인분만 싸면 되는데 2인분, 3인분 싸가는 날도 잦아졌다. 한국 음식이 인기가 있으니 어쨌든 좋은 것 아닌가! 감사하다.





지난 2년간 열심히 혼자 도시락을 싸던 어느 날,

남편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지, 본인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특별히 해 줄 건 없는데... 그래도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그래서 제안한 게 "일주일에 한 번 도시락을 싸 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너무 예상외의 대답이어서 놀랐는지,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알겠다고 했다.


 다음날 남편이 또 물어보았다. "내가 원하는 게 뭐냐고?"

그래서 또 대답했다. "그럼 일주일에 두 번 도시락을 싸 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해서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혼자서 부지런히 싸던 도시락 당번은

일주일에 내가 두 번, 남편이 두 번, 큰 딸이 한번! 요렇게 바뀌었다. 감사감사^^


 남편은 도시락 메뉴로 고전을 했다. 유튜브 보고 따라 하면 된다고 팁을 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우여곡절, 나름 최선을 다해 도시락을 싸 주는 남편! 파이팅!

그렇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 아침 루틴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내가 아이들 도시락에 그렇게 정성을 쏟았던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

도시락을 맛있게 싸주는 것과

밤에 자기 전에 성경을 읽어주는 것...

그 당시

이 두 가지가 나의 최선이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이 글을 남긴다.

너희들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 이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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