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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May 17. 2024

알래스카  초등학교 적응기

  영어 한마디 못하고  온 아이들



첫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가 이곳으로 왔다. 

5월5일에 도착했기에,

한국에서 4학년때 한달 정도 학교를 다닌 셈이다.


처음 이 섬에 와서 집을 구하고 나서 바로 여름 방학이 되었다. 

여름 방학 3개월, 대박! 이게 무슨 말이나 되는 애기인가!

한국에서 여름방학 한달도 힘들었는데;;; 3개월이라니...


일단 이곳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썸머 스쿨이있었다.

썸머 스쿨은 각 초등학교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공부나 지도가 더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분위기 적응과 영어에 조금이나마 친숙해지기 위해서 신청했다.

아이들은 꽤 적응을 잘 했다. 이유는 썸머스쿨이 학구적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활동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겠구나' 기대했다. 





2021년 9월, 첫째는 초등학교 4학년, 둘째는 8월생이라 3학년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영어가 안되니 일단 한학년 내려서 2학년으로 학교 생활 시작을 시작했다.






학교 등교후 둘째날 저녁,

첫째가 자기전에 펑펑 울었다. 친구들이 자기를 유령취급한다고...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마음이 아팠다. 

 "그럼, 친구들한테 할 수 있는 짧은 영어를 연습해가서 먼저 말을 걸어보는 건 어때?" 라고 물었다. 

싫다고 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딸을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토닥거려줬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딱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첫째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혼자 거실에 나와 펑펑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기도밖에 없다. 이곳에 오기전에도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기도했었고, 썸머 스쿨에서 잘 적응하는것 같아 감사했는데, 실제 학교 생활은 또 달랐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정글과 같은 느낌이었을까? 

그 다음날 첫째는 퉁퉁 부은 눈으로 학교를 갔다. 


여기 초등학교는 리세스라는 시간이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조금 긴 쉬는 시간 같은 것이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첫째에게 그 시간은 정말 쉽지않았다. 


사실 홈스쿨을 권하는 분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 학교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기에...하지만 친구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홈스쿨은 맞지가 않다. 그리고 현지에 왔으니 당연히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하고...

 그렇게 며칠 학교를 다닌 후, 고무줄로 팔찌 만드는 것을 사서 쉬는 시간에 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도 영어를 못하는 우리 아이를 배려해 준 것인지 허락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게 그걸로 친구를 만들어갔다. 성공!!





둘째 아들이 똑같이 말했다. 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나는 첫째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제안했다. "그럼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는 짧은 영어 문장을 가르켜 줄 테니까 연습해서 말을 먼저 걸어보는건 어때?"

소용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그렇게 물어보고 나서 친구가 대답을 하면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앗!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런데 둘째는 친구들이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아무상관 없다고 하면서 씩씩하게 학교를 다녔다.  남자아이라서 그런걸까? 어쨋든 감사했다. 



둘째 선생님은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교실이 작은 동물원 수준이었다. 

기니피그, 뱀, 병아리, 연어가 올라오는 시즌에는 연어 알을 교실안에 있는 탱크에 넣은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필드트립을 가서 연어알을 부화시키는 곳에 넣어주기도 했다. 둘째는 학교가는 걸 아주 즐거워했다. 그 동물들 먹이주고 돌보느라...

어느날은 뱀 허물 벗은 껍데기를 집에 들고 왔다. 너무 싫었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서랍게 소중하게 보관했다.

둘째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참 많이 배려해주시고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했다.

한글, 영어 동화책을 구해서 읽어주기도 했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아이와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어느날 둘째가 학교갔다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 오늘 너무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Put the book away' 라고 말했는데, 구글 번역기가 '책을 쓰레기통에 넣어라'고 애기해서 빵 터졌어요." 너무 웃겼다. 

알래스카에서의 첫번째 선생님!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이다. 




살아가면서 선한 영향력, 영감을 주고 나를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

정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나는 내 삶에서 소중했던 선생님을 떠올려보며..

감사한 마음과 행복한 미소를 지어본다. 


둘째의 작품 '학교 그리고 상징인 독수리'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


To be conti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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