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yager 은애 May 22. 2024

알래스카 시골섬 소개2탄


내가 사는 곳은 알래스카 제일 남쪽에 있는 리빌라기게도 섬이다.

한국에서 이곳에 올 때, "우리 이제 알래스카에 가요"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이글루나 에스키모를 얘기했었다. 사실 나도 알래스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알래스카 하면 그런 것들을 떠올렸다. 실제로 알래스카 북쪽은 그렇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이글루나 에스키모가 없다.

대신 흰머리 독수리, 수달, 연어, 사슴, 곰, 범고래, 혹등고래 등... 같이 공존하며 산다.


집 문 앞에 나타난 사슴

 

알래스카 집 앞 바닷가


자연과 공존하는 삶!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엔터인먼트도 없고 딱히 살만한 것도 없는 그야말로 알래스카 시골섬이다. 이 섬에 온 둘째 해 여름, 집 근처 바닷가에 아이들이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이름은 로터리비치. 도대체 어디에서 수영하는 거지? 해서 봤더니 웅덩이였다;;^^ 게다가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와~진짜 알래스카 사람들은 터프하구나!! 그다음 해 여름, 아이들은 그곳에서 물놀이를 시도했다. 유니콘 튜브 두 개를 사주었는데 그날 딱 한번 쓰고는 깊숙한 서랍 안에 보관 중이다. 너무 추워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알래스카 로터리 비치


알래스카 캐치캔 로터리 비치
로터리비치
알래스카 얼음장 바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바로 앞 섬에 공항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살지도 않고 가계나 학교도 없다. 공항이 유일한 공공건물이다. 오래전, 정부에서 "그 섬에 살면 공짜로 땅을 주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태풍피해를 심하게 입고 나서 대부분 우리 섬으로 옮겨왔다. 지금도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식료품을 사간다.


공항에서 페리를 타고 우리 섬으로 오는데 소요시간 5분.

처음에 "왜 다리를 놓지 않지?" 대개 의아했다.

다리를 만들면 정말 편할 텐데... 왜 굳이 이런 불편한 시스템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공항이 있는 섬과 우리 섬을 다리로 연결하면 크루즈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려야 한다.

그것 또한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편해도 페리를 타고 다닌다.

공항에 가려면 일찌감치 준비해야 한다. 페리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별 문제가 없는 이유는 공항이 아주 작고 심플하다는 것. 여기에 자꾸 익숙해지니 이제 대도시의 공항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




매년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알래스카 크루즈가 들어오는 시즌이다.

어떤 날은, 이 섬에 사는 13,000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에서 쏟아져 내린다.

현지 사람들은 다운타운에 교통이 혼잡하다고 불편해하지만 나는 너무 좋다. 사람 구경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크루즈


알래스카 원주민 퍼레이드
거대한 아파트를 통째로 싣고 다니는 느낌

 

*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스컹크 양배추, 봄을 알리는 신호다.

* 버스에도, 공원 쓰레기 통에도 연어그림^^

* 클링깃 원주민 부족 친구 집, 뒷 발코니에 찾아온 곰. 배가 고팠을까?;;^^ 위험 위험!!

* 환상적인 오로라




우리가 사는 곳을 인사이드 패시지(Inside Passage)라고 부른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 이름도 똑같다. 알래스카의 인사이드 패시지는 예로부터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수송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안과 장엄한 산맥으로 이루어진 절경이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홍보하는 광고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상로, 인사이드 패시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대자연을 따라 보이는 피오르드, 빙하로 덮인 봉우리,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인상적인 계단식 폭포 그리고 고래와 바다사자까지 알래스카에 와서 보기를 원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수로 경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래스카 인사이드 패시지


 해만 뜨면 천국이 따로 없다. 그런데 해가 잘 뜨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사실 해는 매일 뜬다. 하지만 환한 해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가 환하게 뜬 날은 무조건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항상 흐리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습하다. 어느 날은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내가 물속에 잠겨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가 쨍쨍 비치는 지역에 가서 열기가 활활 올라오는 바닥에 드러눕는 상상을 종종 해본다.


"여호와 하나님은 해요, 방패시라..." (시편 84:11)

한동안 정말 많이 묵상했던 말씀이다.

한국에 살 때는 아침이면 해가 환하게 뜬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깊이 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아침마다 환하게 뜨는 해가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번도 이런 곳에서 살 꺼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감사를 배운다.


 계속 비가 오고 어두울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것 중에 하나는...

산과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인 도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가면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산! 너무 좋다.


알래스카 리빌라기게도 섬, 캐치캔




어느 날 남편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한국이 좋아? 아니면 여기가 좋아?"

첫째가 대답한다. "어디서든지 장단점이 있죠!"

맞다. 그것이 정답이다.


어디에 살든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있을 거다.

그래도 내가 사는 곳에서 좋은 점, 감사한 점을 찾고

그것에 늘 감동한다면...

비록 불편한 곳에 살아도, 힘들어도, 그 순간 마음만은 행복하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다를 보며, 산을 보며 감탄하며 감동한다.



"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꽃보다 더 고운 백합화~~"



매거진의 이전글 1년 37주 도시락 싸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