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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May 23. 2024

연어야! 제발 우리에게 와 다오~

알래스카 연어 낚시


연어의 계절이 곧 다가온다.

 

이곳 알래스카에 올 때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했던 것이 연어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살 때, 나는 연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삼겹살 파였다.  

슬프게도 지난 2년 동안 삼겹살을 먹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삼겹살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A&P라는 작은 마트에서 매주 화요일에만 커다란 덩어리로 판다는 것이었다.

잔뜩 기대하고 사 왔는데, 사실 맛은 별로다.

그래도 엄청 감동하며 먹었다.


 삼겹살에 비해, 연어는 이곳 사람들 주식 중에 하나다.

연어가 올라오는 시즌이 되면 집 앞 바닷가에 연어가 뛰어오른다. 거센 물살을 헤치며 올라가는 연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지만, 연어시즌에는 사람들이 밤낮으로 연어를 잡으러 나간다.

집집마다 필수품처럼 보트가 있다. 그야말로 알래스카의 피크시즌이다.

한국에 김치 냉장고가 있듯이 여기서는 연어를 보관하는 냉장고가 따로 있다.

김치를 나눠먹듯이 연어를 서로 나눈다.

연어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King : 킹 - Sockeye : 싹아이(red)-Coho :코호 (silver)-Pink : 핑크 - Chum첨 연어다. 

한국에서 봤던 약간 붉은 빛깔의 연어는 여기 사람들은 취급도 하지 않는다.  

킹은 따로 스탬프를 사야 한다. 하루에 잡을 수 있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연어가 최상급부터 맛이 다르다.




-연어의 종류-


우리 가족은 한국에 있을 때도 낚시를 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곳에 살다 보니 양식마련을 위해서라도 연어 낚시가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어를 잡으러 갈 때 필요한 물품들을 생각해 보면, 낚싯대와 훅 그리고 아이스박스, 손질할 수 있는 나이프, 만약에 밤에 간다면 멀리까지 비춰 줄 플래시가 필요하다. 게다가 곰들도 연어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기에 곰 스프레이도 필수다.


작년에 친한 친구가 본인의 낚싯대 세 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물이라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 선물을 받고서

내년에는 무조건 연어를 많이 잡아야 한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내년에는 연어를 꼭 잡아야 한다고!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 올해는 무조건 연어를 많이 잡자!

하지만 재작년을 생각해 보면 암울한 기억만 떠오른다. 큰맘 먹고 연어를 잡을 수 있는 라이선스를 샀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연어를 잡으러 많이 오기 때문에 현지인과 관광객이 살 수 있는 fishing 라이선스 가격이 다르다. 알래스카에 1년 이상 거주하게 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fishing 라이선스를 살 수 있다.

이곳에 산지 2년 차 되던 해에 처음으로 라이선스를 사서 연어 낚시를 시도했다. 라이선스를 사고서 이틀 뒤였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연어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시즌이었다. 그래서 결국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러고 나서 작년에 또 일 년 치 라이선스를 샀다.

올해는 꼭 잡아보리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몇 차례 낚시를 하러 갔지만 번번이 남편은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윗집 다섯 살짜리 꼬마는 얼마나 연어를 잘 잡는지... 자기 몸채만 한 연어를 쑥쑥 잘 낚아 올렸다.

그러니 남편이 얼마나 실망했는지... 낚시를 하러 갈 때 기도도 했지만 번번이 성경 말씀에 밤새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베드로처럼 고개를 숙이고 돌아왔다.

솔직히 이런 말 하면 너무 미안하지만 너무 웃겼다.

그런데 그 앞에서 웃을 수는 없었다.

괜찮다고 다음에는 꼭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연습이 필요한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어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본인들이 잡은 연어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 작은 냉동실은 연어로 꽉 찼다. 그 연어를 우리 섬에 방문했던 지인들에게 다시 나누어주었다.


다른 사람이 잡은 연어 빌려서 사진 찍음;;^^



 올해 목표는 연어를 많이 잡아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또 우리 가족 겨울 양식으로 냉동실을 채우는 것이다.

과연 올해는 연어 낚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마침내 우리가 연어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시라~개봉박두!!


이제 곧 올라올 연어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어들아~~ 제발 우리에게로 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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