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뉴욕-2
물가가 비싸서 입장료도 비싼 뉴욕에서 단 하나의 박물관을 간다면?
아마 이때의 가장 무난한 정답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될 것 같다.
난 Power P(ENTP)라서 뉴욕에서 하고싶은 것들은 생각해뒀지만 《언제》 뭘할지는 생각해두지 않았고, 그래서 첫날 아침 바로 메트로폴리탄을 가기로 정했다.
오픈런은 아니지만 개장 20분 뒤에 도착했다.
문 닫을 때 까지 있을 생각.
내가 가본 네임드박물관은 이집트 대박물관,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튀르키예 샨리우르파 고고학박물관, 멕시코 인류학박물관 등인데... 다 역사가 오래 된 장소에서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전시한 곳들이다.
전세계에서 모은 예술작품이 전시된 대형미술관은 처음이다.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브리티시뮤지엄이나 루브르보다는 《덜 도둑질한 박물관》 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완게치 무투(Wangechi Mutu)라는 케냐 출신 여성작가의 《the seated》 라는 현대조각품인데, 메츠 150년 역사상 최초로 정면 파사드에 전시된 현대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과는 다르게, 조각은 아프리카예술 특유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
이런 공간이 한 미술관 안에 있다니
무기와 갑옷 전시실, 엠마와 조지아 셰어 갤러리 (Emma and Georgina Shea Gallery)
유럽 조각 갤러리, 캐럴 및 밀턴 피트리 유럽 조각관 (Carroll and Milton Petrie European Sculpture Court)
오세아니아 미술 전시실
덴두드신전, 새클러 윙 (The Sackler Wing)
아프리카 미술 전시실, 마이클 C. 록펠러 윙 (Michael C. Rockefeller Wing) 카메룬의 왕실 조각상
프랑스 시대 재현실, 라이츠먼 갤러리 (Wrightsman Galleries) 18세기
그리스·로만 및 비잔틴 미술 전시실, 메리와 마이클 자하리스 갤러리 (Mary and Michael Jaharis Gallery)
아시아 미술, 전시실 플로렌스 및 허버트 어빙 갤러리 (Florence and Herbert Irving Galleries) 북위시대
볼 거라고 예상한 것과 예상치 못한것들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빈센트 반 고흐) 수련 (클로드 모네)
건초더미: 가을 (장 프랑수아 밀레) 이아 오라나 마리아 (폴 고갱)
이 작품들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고 있었다.
사실상 내가 알고있는 왠만한 화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있었는데...
이 작품을 여기서 보다니 라는 충격을 받았던 건
러시아의 전설적인 보석 세공사 칼 파베르제 (Karl Fabergé)의 작품 - 보석으로 장식된 부활절 계란을 만드는 바로 그 사람이다. Faberge egg도 몇개 전시되어 있었다.
아르누보시대, 마치 엘프가 착용할 것 같은 환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프랑스의 보석세공사&유리공예가 르네 랄리크 (René Lalique)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의 지옥의 환영
16세기 네덜란드의 종교화가다. 뭔가 시대를 앞선듯한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고,
발상이 재밌어서 흥미로웠다.
이집트 대박물관을 본 사람이 메츠 이집트관을 보며 느낀 인상
룩소르를 다녀오고,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을 본 사람이다보니 이집트가 통크게 선물로 준 덴두르신전은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다녀온 사람에게 이집트, 로마, 그리스관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역시 유적과 유물은 산지에서 봐야...
그래서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위주로 조졌다.
소장품들의 예술성이 하나같이 뛰어나다.
언젠가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로만 브런치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야지
메츠의 큐레이터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대신 드레스코드가 있다.
빨간색 줄무늬 넥타이, 흰셔츠, 검은색 재킷과 하의... 그래서 저렇게 힙한 차림으로 근무하는 큐레이터들도 존재한다. 뉴욕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듯 아이코닉했다.
유럽장식미술 전시관에서 큐레이터와 스몰톡을 나눴었는데. 라이베리아에서 이주해온 이민 1세대라고 했다.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질문은 살짝 예상 밖이었는데...
한국도 식민지배를 받은 적이 있느냐,
한국도 극우가 집권해있느냐?
그리고 예상한대로 트럼프 욕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내가 살면서 대화해본 미국인이 수십명은 되는 것 같은데, 그 중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명도 못 봤다.
트럼프를 좋아하는 미국인들도 충분히 많겠지만 동양인 따위와 말을 섞지 않겠지 ㅋㅋ
공간 구성도 아릅답다.
짱짱한 소장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소장품을 단순히 구겨넣기만 한 박물관들도 많다.
하지만 메츠는 채광과 공간배치에 엄청난 신경을 쓴 느낌이었다.
이집트관의 자연스러운 채광도 아름다웠고...
유럽 장식미술전시실의 귀엽고 섬세한 소품 배치도 마음에 들었다.
에로스와 프시케 조각상. 진지하고 예술적인 멜로영화의 도입부의 배경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각각의 아마 세계 최고의 스펙을 가진 전문가가,
전시 테마에 맞춰 심혈을 기울여서 설계했을 공간들. 하나 하나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2월의 메츠는 한산하다.
네임드 박물관들을 가본 경험이 있어서 혼잡함을 각오했는데, 최고 비수기인 2월 평일의 메츠는 꽤 널널했다.
그래서 예술품과 공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압도적이다 (overwhelming)
나도, 호스텔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이 받은 느낌도 그랬다.
절대 하루만에 다 볼 수 없는 박물관이고, 30$의 입장료는 정말 저렴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명작들을 힐끗 보며 스쳐지나가는 사치스러움도 경험할 수 있었고...
정말 <잘 보았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유산은 그 출생지에 있을 때 더 감동적인 것 같다.
"I am the wind" 라고 오디오가이드 설명을 시작해서
메소포타미아의 1만7천년전(카라한테페/괴베클리테페)부터 현재까지를 시간여행할 수 있었던 샨리우르파박물관이라던가, 멕시코 인류학박물관 같은 곳에서 느껴진 감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지역,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열정을 쏟아내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더 내 취향인것같았다.
** 샨리우르파박물관 & 괴베클리테페 후기
https://m.blog.naver.com/voyagetothesky/223696258398
그럼 루브르나 브리티시뮤지엄은 안 봐도 될려나?
겨울에 해외여행을 한 적은 많지 않아,
아르데코형식의 스테인드글라스 뒤로 보이는 뉴욕의 겨울이 맘에 들었다.
문 닫을 때 까지 열심히 관람하고 나니 인간도 방전이 되었고 내 휴대폰 배터리도 거의 방전되어갔다.
호스텔로 돌아간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요일별 영업시간, 짐보관, 한국어설명, 꼭 봐야할 작품 10선같은 정보는 아래 포스팅에 리뷰
https://blog.naver.com/voyagetothesky/224208977360
아아 여행기를 진지하고 무겁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무겁게 써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