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나를 이루는 것들 | 단어 에세이

by 최소소
마늘을 다질 때,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맺히듯, 마음속 다짐도
쓰고 매운 과정과 닮아 있다.


<'다지다'의 사전적 의미>
1.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단단하게 하다.
2. 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다.
3. 고기, 채소 양념감 따위를
여러 번 칼질하여 잘게 만든다.

절구에 무언가를 담고 공이로 찧거나 빻는 행위 또한 다짐이다. 절구에 담긴 무언가는 살면서

때론 나 자신이 되기도 한다.
나는 최근 '출판사 창업'이라는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계획을 시작하겠노라 마음먹었다.

늘 새로운 것들을 마음먹을 때마다
절구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다짐한다.


시작은 설렘과 기대가 크지만, 그 안에 걱정도 두려움도 가득하다. 절구에 치일까 봐 제대로 갈리지 않을까 봐, 그저 쓸모없는 마늘이 될까 봐 막상 실행하려니 마음이 자꾸 흔들리고, 해야 할 이유만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도 차고 넘치게 고개를 내민다.

그럼에도 포기가 안 되는 것은 결국에 그것을 할 것이라는 것. 이젠 하고 안하고의 문제보다
언제 해낼 것인가 하는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매움을, 쓰라림을 겪어낼 준비가 나는 과연 되었을까. 사실 모르겠다. 어느 정도로 맵고 쓸지 아직 모르기에 그저 뛰어드는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한편, 꼭 매우리란 법만 있을까.
쑥을 다질 때 나는 향긋한 풀내음처럼, 그 과정 속에서 작은 보람과 성취감도 있을 것이다.
다짐과 해냄은 아주 끈끈한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해냄'은 성공여부가 아니라
실행이다. 책 한 권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마감을 해냈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 결국 다짐해야 해냄으로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소소한 기쁨들이 다짐의 또 다른 얼굴임을 깨닫기도 한다.

맵고, 쓰고, 향긋한 모든 순간을 견디면서,


그 과정 속에서 찾아오는 작은 기쁨과 의미까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 모든 순간을 품은 채,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는 일이 내겐 다짐이다.
다짐이 있어야 결과물이 만들어지듯 다짐이 없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결국 다져져 봐야 내가 고소한 파스타에 들어갈지
얼큰한 매운탕에 들어갈지도 결정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 절구와 공이를 움켜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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