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 부르는 것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의 폐쇄공포증은 지극히 주관적인 간헐 증세란 걸 알았다. 마음만 편하면 더없이 좋은 공간이 비행기 좌석이란 것도 알았다. 더군다나 옆좌석에 나란히 앉은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구름 위를 나는 게 비행기 날개판이 아니라 이 마음 속이라는 경미한 망상증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혼자인 사람 함께 한 사람 생각이 필요한 사람 말하고 싶은 사람 간직할 게 있는 사람
버리려고 하는 사람 결심하는 사람 즐거운 사람 망설이는 사람 시작하는 사람
이번 여행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여행의 골목마다 마주쳤던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들, 그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과 행복으로 여행을 떠나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이유들로 버티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 갇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하자면, 그랬다.
내가 나를 에워싸고 있어서 온통 나여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
결국, 공간에 대한 집착이 실체도 없는 두려움을 낳으면서 어느 순간 꼼짝할 수 없게 되었고 그게 또 편해졌던 것 같다. 동굴 같은 생활.
동선이 사라져 버린 삶.
여행은 이동이 아니라 공간인 걸 알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걸었던 모든 공간을 여행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고, 같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각자의 여행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동행이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두 개의 풍경 속으로 걸어간다는 것과 같다. 함께 하는 것이지 똑같은 게 아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진정한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