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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rok Kim 김영록 Apr 19. 2021

#15 아이언맨의 벤처 캐피털 펀드

롤링 펀드에 의한 벤처캐피털 펀드 및 벤처캐피털 투자의 민주화

어벤저스의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인 로버드 다우니 주니어 씨가 얼마 전 Footprint Coalition Ventures라는 벤처 캐피털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펀드는 AngelList가 작년에 선보인 롤링 펀드라는 구조를 사용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롤링 펀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벤처캐피털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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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벤처캐피털의 기본적인 구조인데요, 펀드에 투자를 하는 펀드 투자자, 그리고 펀드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그리고 그 펀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펀드 매니저, 이렇게 세 명의 이해관계자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펀드 투자자는 LP 또는 Limited Partners, 펀드 매니저는 GP 또는 General Partners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펀드'라고 말하면 기본적으로 펀드 투자자가 돈을 투자하는, 더 정확하게 '약속'하는 풀입니다. 펀드 매니저는 이 풀을 관리하는 사람이며 우리는 종종 이들을 벤처 캐피털리스트라고 부릅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예로 들면, 손정희 사장님 및 그의 팀이 펀드매니저에 해당하며, 사우디의 펀드가 펀드 투자자, 그리고 Lyft나 쿠팡 같은 회사들이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이 되겠습니다. 


이 구조에는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일단, 새롭게 펀드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약 6개월~2년정도가 걸리는데요, 이는 보통 많은 숫자의 프로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100억짜리 펀드를 만들고 최소 투자금액이 2억이라고 가정을 하면, 50명의 투자자를 찾아야 합니다. 물론 50명을 찾으려면 100명, 200명의 잠재적 투자자를 만나서 투자 유치 활동을 해야 할 것이고, 각 투자자들은 보통 프로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리뷰 프로세스 (듀 딜리전스)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조금 더 큰 액수를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유치를 하지만 왜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에 대한 감각은 이해가 되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기회비용도 수반이 됩니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털 펀드의 경우, 펀드를 ‘클로즈'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일정 금액이 모이기 전에)는 펀드에서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투자안건이 나타나도, 펀드가 클로즈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회는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펀드가 클로즈해 버리면, 그 후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가가 나타나도 펀드매니저로서는 투자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용이 있는데요, 당연히 변호사, 세무사, 펀드 관리자 등을 고용해야 합니다. 펀드 구조가 아주 간단하고 또 펀드 사이즈가 아무리 작더라도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미국에서 펀드를 만드는 경우 최소한 초년도에는 몇 만불, 한화로 몇천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100억짜리 펀드를 만드는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규모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롤링 펀드에 대해서인데요, 롤링 펀드를 한마디로 말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과제를 해결해 주는 펀드매니저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일단 ‘롤링'이라는 이름에서 말하듯, 펀드의 자금 조달 및 스타트업 투자가 롤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펀드 매니저는 매 분기마다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그 자본을 바로 투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펀드 매니저가 저번 분기에 1억 원을 조달했다면 이번 분기에 바로 그 1억 원을 투자를 할 수 있고, 또 동시에 이번 분기 2억을 조달했다면 그 돈을 다음 분기에 바로 투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면 1,2년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기회비용의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무, 세무, 그리고 캡 테이블 관리 및 송금 등 펀드 운영에 필요한 백오피스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도 제공이 됩니다. 물론, 이는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저렴함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롤링 펀드에 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은 이곳, 이곳 및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꽤 디스럽티브 한 어프로치입니다. 이 구조를 이용하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벤처캐피털 펀드의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좋은 투자안건을 많이 알고 있지만, 펀드 투자자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씨를 포함하여, 엔젤 투자자로서 많은 실적을 쌓은 Cyndi Bi씨나 Sahil Lavingia씨 그리고 블록체인업계에서 유명한 Pomp씨도 얼마 전 자신만의 롤링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AngelList가 롤링 펀드를 발표한 작년에 이미 70여 개의 펀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롤링 펀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꼭 반가운 소식만은 아닙니다. 가뜩이나 좋은 스타트업 투자 안건에 있어서는 경쟁이 치열한데, 펀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펀드 매니저는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좋은 투자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Jake Paul씨는 아주 재미있는 사례인데요, 이 분도 얼마 전 Anti Fund라는 롤링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분의 독특한 점은 구독자가 2,000만 명이 넘는 유투버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펀드의 투자 영역은 소비자 분야를 포함합니다. 소비자 상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Jake Paul 씨의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분명한 고유가치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또한 벤처 캐피털 펀드 투자의 민주화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입니다.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소 투자액수가 아주 크고 또 어디서 어떻게 투자를 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나 패밀리 오피스, 아주 부유한 사람들만이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미국의 벤처캐피털 펀드의 경우, 제 개인적인 경험상, 보통 $1M (약 10억 원)을 최소 투자금액으로 삼고 있는 펀드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펀드매니저는 공공의 장소에서 자금조달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펀드가 자금 조달을 하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롤링 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비교적 작고,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Accredited investors) 누구나 AngelList사이트에서 관심이 있는 펀드를 선택하여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씨의 펀드의 최소 투자 금액은 $5,000 (약 5백만 원)이고 Jake Paul 씨의 펀드는 $25,000 (약 2천5백만 원)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약 1,300만 명의 Accredited investors가 있습니다.


지금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쉽습니다. 그리고 롤링 펀드로 하여금 벤처캐피털 펀드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주 쉬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트렌드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의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세컨더리 마켓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를 시작하는 일이든, 투자를 하는 일이든, 저는 스타트업 관련의 각종 활동이 지금의 주식투자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해 조금 더 경험과 지식을 쌓기에는 지금만큼 좋은 타이밍도 없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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