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의 부작용 그리고 희망
이번주말에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산타로사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좀비 영화에나 나올법한 크고 허름한 농가에 에어스트림 캠핑카를 3개 놓고 에어비엔비를 돌리고 있는 곳이었는데요, 이런 에어비엔비는 처음이라 참 참신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캠핑을 자주 했었는데요, 역시 캠핑카라고 하더라도 0살짜리 아이와 함께 이런 주말여행을 하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빨리 조금만 더 커서 같이 캠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 교내 락밴드를 결성해서 기타를 쳤었습니다. 공연도 홍대나 대학로에서 일 년에 몇 번이나 했고 정말 재미있게 활동을 했었습니다. 저희 주위에 고등학생 밴드는 그리 많지 않았고 저희는 잠재력이 충만한 그런 밴드라고 생각(착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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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인근 학교의 밴드를 몇 개 알고 있었고 저희의 실력을 평가하는 비교 대상은 오롯이 그들에게만 국한되었습니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고등학생 밴드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가 있었다면 저희 밴드의 상대적 실력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과, 더 열심히 연습해서 진정한 밴드로 거듭나거나 혹은 일찌감치 절망하고 밴드활동을 포기했을 수 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23억 명(MAU - Monthly Active Users)의 액티브한 사용자에게 같은 생각을 적용시킵니다.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화려하고, 부자며 똑똑해 보입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일부는 자기 자신을 개선시키는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많은 사람들은 낙담을 하게 될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멘탈헬스,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사진과 텍스트, 즉 2차원 정보였습니다. 틱톡은 동영상, 즉 3차원 정보로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틱톡은 원래 평범한 일상 장면을 포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Bold Glamour'와 같은 필터는 틱톡을 강타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모습에 대해 끔찍함을 느끼게끔 만들었습니다. 1500만 명 이상이 이 필터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필터가 특히 젊은 세대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의 2차원 정보, 틱톡의 3차원 정보.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요? 이다음은 4차원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의한 영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틱톡의 필터와 같이 자신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수단으로써 증강현실을 이용해 현실 세계의 자신을 증강시키거나, 가상현실을 이용해 메타버스와 같은 공간에서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애플과 같은 테크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난주에 블록체인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친구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블록체인이 가장 유망한 나라가 어디냐 라는 질문에 일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도입에 개방적이며 실제 기업들과 정부 지자체에서도 사용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경제지인 동양경제에 작년 9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었습니다.
<번역>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더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53.3퍼센트에 달했고, 10대 여성중 66.0퍼센트가 '거부감이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다음을 들었습니다.
'마스크가 다른 질병의 감염을 줄여주기 때문에'가 51.5%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가 23.2%
'부끄러워서'가 21%
'자신이 없어서'가 17.1%」
흥미롭게도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은 이유의 절반은 낮은 자신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은 이미 현실세계가 증강현실이 되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5년 후 10년 후에는 애플의 증강현실 디바이스인 비전 프로나 메타의 퀘스트가 정말 일반 유저들한테 까지도 보급될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정말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적용이 되고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는 일도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최소한 젊은 세대의 자신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이랑 상황이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술로 인해 야기된 문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젊은 세대가 소셜 미디어나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높은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기술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직은 희망사항에 가깝긴 하지만, 모든 변화는 희망을 갖음으로써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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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日本人「マスク外す日」、永遠に来そうにない6理由 - https://toyokeizai.net/articles/-/621095
・10 Charts That Capture How the World Is Changing - https://digitalnative.substack.com/p/10-charts-that-capture-how-the-world-e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