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큰 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
저희 집 근처에 OpenAI의 본사가 있습니다. 자주 가던 Stable라는 카페 맞은편에 있는데요, 건물이 그냥 너무 평범하고 작아서 수십 번을 그 앞을 지나갔으면서도 계속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런 곳에서 ChatGPT와 같은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닭살도 돋고 어쨌든 그러한 변화의 중심지에 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그러한 변화를 쫓아가는 게 아닌 리드하는 일에 계속적으로 공헌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 단계 투자에 초점을 맞춘 벤처 캐피털 펀드를 모집할 때, 무조건 큰 규모의 펀드를 모집하려는 GP분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큰 펀드를 원하는 걸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 생각에는 많은 경우 자존심 싸움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사가 상당한 금액을 모집했기 때문에, 더 큰 펀드를 관리하는 것이 뭔가 더 있어 보이기 때문에, 또는 단순히 개인적인 재정적 이득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등 동기는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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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도 복잡해집니다. 더 많은 LP들을 관리해야 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관리해야 하게 되며, 관리업무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업무량도 급증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매력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작은 펀드가 규모가 큰 펀드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쉽습니다.
초기 단계 투자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억만장자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부를 창출하는 데 만족할 수 있는 GP의 경우, 소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가능한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천만 달러 (약 250억 원)의 펀드라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천만 달러 규모면 매우 작은 편입니다.
2천만 달러의 펀드로 3년 동안 25~30건의 투자를 목표로 하는 GP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는 대략적으로 투자 한건 당 약 50만 달러의 투자 규모를 의미하며, 투자 주기는 1~2개월에 한 건씩이 됩니다. 이 정도 규모와 주기는 경쟁력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이 전략은 GP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투자 기간 동안 2.5%의 관리보수와 20%의 성공보수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2,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에서 연간 50만 달러의 관리보수가 발생합니다. GP가 이 관리보수의 70%를 가져간다면 연간 수입은 35만 달러 (4.5억 정도)가 됩니다.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펀드가 3배 수익을 달성하면 GP의 성공보수는 800만 달러((2천만 달러 x 3배 - 2천만 달러) x 20%)에 달합니다. 무려 약 110억 원입니다!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은 1호 펀드에 불과하며, GP는 동일한 규모의 후속 펀드를 계속 조성할 수 있습니다. 펀드 1을 시작한 지 약 6년 후 3호 펀드가 조성될 때쯤이면 GP의 연봉이 100만 달러에 육박할 수 있습니다. 세 펀드가 모두 3배의 순 수익을 창출하면 성공보수는 총 2,400만 달러가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바꾸기에 충분한 금액입니다. 4호, 5호 펀드도 한다면 당연히 이는 더욱더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을 고용할 필요도 많은 관리업무에 치일일도 없습니다.
물론 이 접근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GP는 특정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더 많은 관리 보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소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상당한 부를 쌓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저번 글 “#176 탑티어 VC를 떠나는 사람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국에서는 많은 유명 투자자들이 비교적 소규모의 VC 펀드를 론칭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민간 모태펀드인 GREE LP Fund와 같이 이러한 소규모 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LP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소규모 펀드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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