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의 모호해져 가는 비공개 시장과 공개시장의 경계
지난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 캐피털 펀드인 세코이아 캐피털 (Sequoia Capital)의 중요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의 모든 펀드의 모태 펀드가 되는 ‘The Sequoia Fund’를 설립, 지금까지의 클로즈드 엔드형 펀드 구조를 버리고, 오픈 엔드형 펀드 (에버 그린 펀드라고도 불림)로 이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 펀드와 달리, 보통 10년인 펀드 수명으로 인한 활동의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처를 더 오래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 획기적인 시도에는 많은 의미가 있지만, 저는 이 ‘투자처를 더 오래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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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벤처 캐피털 펀드는 투자처가 상장하자마자 지분을 매각합니다. 1~2년 보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락업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매각합니다. 이 때문에, IPO를 ‘목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목표 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누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벤처 캐피털 펀드가 IPO 직후 지분을 매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자신들의 펀드에 투자해 주는 투자자, 즉 LP에 대한 신의성실의무 (Fiduciary duty)를 지니고 있으며, 투자자에게 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 단계부터 투자를 할 경우, IPO까지 5년, 10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IPO 이후에 즉시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 수익을 실현함으로써 LP에게도 투자금을 빨리 상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벤처 캐피털 펀드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 펀드는 10년이라는 수명이 있으며, 10년 이내에 펀드를 닫아야 합니다 (단, 1~2년 연장하는 경우가 많음). 그러므로 투자를 오래 계속하고 싶어도 구조상 그것이 불가능하게끔 되어있습니다. 물론, 모든 벤처캐피털 펀드가 공개시장에서의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있지 않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투자를 받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IPO는 비공개 시장(프라이빗 마켓)에서 공개 시장(퍼블릭 마켓)으로 회사의 포지셔닝을 옮기는 큰 마일스톤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공개 시장으로 옮겨간들 회사의 비전, 제품, 서비스,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등 중요한 요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IPO는 회사가 더더욱 성장하고 사회에 더 큰 영향을 갖기 위한 중요한 단계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IPO는 투자자인 벤처 캐피털 펀드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투자를 받는 회사에게는 큰 마일스톤에 불과한 것입니다.
실제로 비공개 시장에서 성공한 회사가 공개시장으로 옮겨 더욱 성공한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를 기반으로 한 유명한 VC 펀드 중 하나 인 Foundation Capital은 Pitchbook의 데이터에 따르면 1999년 주당 약 3달러에 Netflix에 투자했습니다. 그 후 Netflix는 2002년에 주당 15달러로 IPO를 하였습니다. 5배라는 투자 리턴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2021년 10월 29일 현재 Netflix의 주가는 약 690달러, 즉 IPO 가격의 46배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IRR의 관점에서 보아도 19%대 28%로 더욱 매력적입니다. 세코이아 캐피털의 발표에도 나오는 Square도 좋은 예 중 하나입니다. 2015년 IPO 당시의 시가총액은 약 2조 9천억 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Square는 86조 원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117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IPO 후 6년간 기업가치가 40배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비공개 시장에 특화된 투자자인 벤처 캐피털도 앞으로는 시장을 불문하고 어느정도는 계속해서 투자처 회사를 지원해 나가는 시대가 됩니다. 타이거 글로벌과 같은 공개 시장의 투자자가 비공개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반대 방향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공개 시장의 투자자들이 비공개 시장으로 내려오고 있지 않은 것과 같이, 모든 벤처 캐피털 펀드가 공개 시장에서도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레이터 스테이지에서의 투자를 실시하는 일부 벤처캐피털 펀드는 앞으로 공개 시장으로 그들의 활동범위를 넓혀 갈 것입니다. 세코이아 외에도 몇몇 벤처 캐피털 펀드가 이미 비슷한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 움직임은 계속 가속화될 것이며, 비공개 시장과 공개 시장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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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The Sequoia Fund: Patient Capital for Building Enduring Companies - https://medium.com/sequoia-capital/the-sequoia-fund-patient-capital-for-building-enduring-companies-9ed7bcd6c7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