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 인수합병? 정보 획득? 투자 리턴? 아니면 단순한 FOMO??
최근 CVC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저의 지난 약 5년간의 미국 CVC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몇 차례에 걸쳐 한국 및 일본 CVC의 미국에서의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기업들이 CVC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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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투자액의 증가와 함께 그 존재감도 커지고 있는 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특정 기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부문)는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닐 것이다.
알파벳(전 Google)의 CVC인 GV는 가장 활발하고 영향력이 있는 CVC의 하나일 것이다. 삼성도 Samsung Next라고 하는 CVC를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Toyota Ventures와는 별도로 2020년 R&D 및 투자를 위해 Woven Planet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투자 부문인 Woven Capital은, 홈페이지에 의하면 8,000억 원 이상의 거액 펀드를 가진다 (단지, 투자 활동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위의 3사를 포함하여 각각의 CVC가 왜 CVC 투자를 하는지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5가지 이유로 집약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파트너십, 인수합병, 정보획득, 투자 리턴, 그리고 단순한 FOMO (Fear Of Missing Out, 포모,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CVC는 이 중 하나, 또는 복합적인 이유로 CVC 투자를 실시하는 것이다.
파트너십
파트너십은 CVC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이유이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형태이다. 일본의 가장 큰 보험회사 중 하나인 SOMPO Japan이 팔란티어(Palantir)에 투자, 일본에서 50대 50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것은 좋은 예일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사업개발은 결코 쉽지 않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런 가운데, SOMPO Japan의 사례는 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투자의 성공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 조인트벤처가 일본에서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이 딜을 주도한 투자 담당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통해서 의의가 있는 사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고, 그것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나머지는 해당 사업담당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다른 좋은 예로서 지금은 Headline의 파트너를 맡고 있는 나의 전 직장상사인 오카모토 씨가 MUFG의 CVC사업부인 MUIP의 부사장을 맡고 있었을 때에 리드한, 이스라엘의 Liquidity라고 하는 FinTech 스타트업에의 투자일 것이다. 이 투자도 후에 싱가포르에서 Mars Growth Capital이라고 하는 조인트벤처의 설립까지 이어진 CVC의 성공 스토리로써, CVC 투자에서 파트너십까지 이어진 전형적인 모델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우선 이들의 실적이 반드시 CVC를 통한 투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MUFG는 CVC를 통한 투자였지만, SOMPO Japan의 경우는 CVC를 거치지 않고 직접 Palantir에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스타트업 마켓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피터 틸 (Peter Thiel)이 창업한 팔란티어에 투자, 일본에서 사업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후기 스테이지에서의 투자였다는 점이다. SOMPO Japan은 IPO 직전 팔란티어에 5억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했다. 당시 팔란티어는 창업 17년째를 맞는 평가액도 20조 원 이상의 회사였다. 상당히 성숙된 단계로 해외로 나갈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었을 것이다.
반면 CVC는 대부분 파트너십을 주장하면서 시드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드 스테이지와 시리즈 A 스테이지의 미국 스타트업 중, 해외로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기업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경우 최초 프로덕트의 미국 내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느라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CVC의 미션이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 기회를 찾는 것이라면, 대상이 되는 스타트업의 모집단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단, 최근 일부 영역에서는 얼리 스테이지에서도 프로덕트가 상당히 성숙해지고 있으며 해외진출의 벽도 낮아지고 있다. 클럽하우스와 같은 ToC 프로덕트는 좋은 예일 것이다. 현지화를 하지 않아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덕트다. Notion과 같은 SaaS 프로덕트도 좋은 예로 최소한의 현지화 (가격 설정 및 다언어화)로 해외 전개가 가능하다. 실제 Notion은 조기 현지화에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한국과 일본에서 일찍부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은 Notion의 웹 트래픽에서 1위인 미국, 2위인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와 4번째로 큰 나라이다.
물론 MUFG의 FinTech사례와 같은 예외도 있다. 그러나 영역이나 투자 단계에 따라 난이도가 현저하게 달라지므로 얼리 스테이지를 목표로 한다면 신중하게 대상 영역을 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파트너십에 있어서 투자가 반드시 필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관계를 가짐으로써 기업과 스타트업 간에 강한 유대감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러한 끈끈한 유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삼성은 나의 전 직장에서 투자를 한 Directly라고 하는 스타트업의 클라이언트였다. 고객 서포트의 업무에 있어서 Directly의 서비스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는데, 후에 그들의 CVC인 Samsung NEXT를 통해서 투자도 하였다. 자본관계를 맺는 것을 결혼에 비유한다면 우선 교제를 하고, 그다음에 결혼을 한 셈이다.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는 큰 불확실성이 따른다. 도중에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피봇 할 수도 있고, 더 뛰어난 프로덕트를 가지는 스타트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불확실성이 많을 단계에서 자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강한 확신 및 장기간에 걸친 커밋 먼트(commitment)가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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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CVC가 파트너십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Directly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CVC인 M12는 투자가가 되는 것과 동시에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또한, MUFG의 CVC부서인 MUIP와 Mars Growth Capital와 같은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전하고 싶은 것은 파트너십이 목표라고 한다면, 투자의 스테이지나 영역 등 여러 가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뉘앙스가 있으며 투자가 반드시 파트너십에 필요한 절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CVC의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CVC가 정말 필요한가 라는 점을 포함하여, 이들 요소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References:
Toyota Research Institute - Advanced Development, Inc. (TRI-AD) announces it will expand and improve its operations by forming Woven Planet Holdings and two new operating companies, Woven Core and Woven Alpha - https://global.toyota/en/newsroom/corporate/33786527.html
Japanese insurer Sompo investing $500 million in data analytics firm Palantir - https://www.reuters.com/article/us-palantir-funding/japanese-insurer-sompo-investing-500-million-in-data-analytics-firm-palantir-idUSKBN23P3R0
Directly nabs $20M led by Samsung to help make customer service chatbots more intelligent, adds new CEO - https://techcrunch.com/2020/01/28/directly-nabs-20m-led-by-samsung-to-help-make-customer-service-chatbots-more-intelligent-adds-new-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