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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Mar 17. 2022

자연의 계획

Tower of traces

tower of traces, 390x270mm, Oil on Paper,  20220222







내재된 인간의 여러 본성 가운데 자리 잡은 신성함을 쫓고자 하는 내 작업의 표현방식은 머릿속 모든 관념을 최대한으로 버리고 걷어낸 의도된 무의식의 상태에서  대상에 가하는 움직임 또는 에너지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생긴 형체 그대로를 통해 설명된다.


내가 이들이 신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재미있게도 이런 움직임의 조합이 본래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면서도 독립적이고 그 자체로 묘한 미의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거북하지 않은 쾌감을 느낀다.


많은 관념이 사라진 채로 만들어낸 흔적들은 자연의 모습 그 자체이고 비로소 내 곁을 떠나 자유함으로 되살아난다. 독립적인 존귀를 가진 그 흔적들은 때론 내가 그곳에 없는 것이 진짜 나인 것 같은 실감으로 다가온다.


흔하게 사람들은 그것을 쓰레기로 볼지 모르겠으나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무언가의 흔적 내지는 지난날의 잔재 이상의 존재가치를 지닌 게 된다.


대상을 통해 내가 공감하고 그의 아름다움을 찾고 그 가진 매력을 그대로 두는 것.

내가 거기 있었지만 내 흔적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것 이야말로 대상을 가장 존중하며 사랑하는 행위다.


즉 천지만물을 창조한 창조주가 피조물을 향한 지극한 사랑 표현의 방식인 것이다.


그들을 너무나 존중하고 사랑한 나머지 그들 자체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모른 척 무심하고서 나중에 그거 다 내 뜻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보듬고 기억하고 함께 동행하면서 그 모든 일에 계획적 일 것.


이것이 내가 미술을 통해 작업을 대하는 태도 이자 의도이며 내 안의 신성을 관찰한 인간 본연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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