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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Mar 18. 2022

자연과의 조화

tower of traces series 39x27cm Oil on Paper  20220227



 나는 하루 중 동이 터 오를 때와 해가 지는 해 질 녘에 그들이 뿌려놓은 마법 같은 빛깔과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아무렴 하루를 열고 닫는 이 두 가지 현상을 싫어할 이가 몇이나 될까.


나는 한 해 중 봄과 가을, 계절의 변화가 찾아오는 환절기를 좋아한다. 뼈 시리게 추운 날들을 보내던 와중에 느끼는 따스한 봄기운을 마시며 생동하는 자연의 재생을 느끼는 것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다. 또 한여름의 무더위가 짙어져 신선한 저녁 공기가 코끝을 상쾌히 스치고 대서양의 바다 한가운데처럼 푸르게 물든 아득히 높은 하늘을 볼 때 가을의 정취에 빠져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통틀어 보자면 나의 가장 아름답던 시기는 바로 인생의 환절기인 사춘기 청소년기가 아닌가 싶다. 가족들의 축복과 사랑 속에 소년기가 지나고 찬란할 내 인생 앞에 독립된 한 인간으로서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설렘만 가득한 시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만 같던 환상의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시기의 공통점은 과도기라는 사실이다. 극심한 어둠 속 정체 없는 혼란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파괴와 재생 사이 깨어질 듯 아슬한 긴장감은 설레며 조심스럽다. 곧 터져버릴 듯하지만 그 균형을 찾기 위해 스스로 버릴 것은 버리는 감상적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내 미술 작업에서 이런 아슬함의 과도기적인 정취를 즐긴다. 그래서 빨주노초 원색의 선명함도 아니고 칼날 같은 마무리와 엣지 있는 정리도 없다. 무언가 파괴되기 직전이나 직후 같고 뚜렷해지기 직전이며 새카맣게 타버린 직후 같은 이 잔재들을 좋아한다. 이런 움직임들이 조화를 이룰 때 나는 나름의 쾌를 느낀다. 물론 자연의 숭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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