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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예찬】 in 파리

프랑스여행기

by 글로

오르세 미술관으로 갔다. 가이드는 우리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보고 다시 모이라고 하면 될 일이다. 원래 패키지여행이 그런거 아닌가? 그런데 왠일인지 사람들은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녔다. 워낙 해박하고 아는 것이 많고 설명을 잘 하니 사람들이 자유보다는 가이드 따라다니는 걸 선택한 것이다.


이 전시실에서는 이걸 봐야 하고 저 전시실에서는 그 작품을 꼭 봐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작품 앞에서는 큐레이터처럼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그냥 지나칠 작품에 설명이 들어가니 달리 보였다. 작품이 많아 다 둘러볼 수도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 모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해보였다. 중요 작품위주로 감상하고 나왔다. 서양화를 전공하는 대학생 딸은 재미있어했다. 가이드님의 설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이드가 우리를 부담없이 대하니 우리도 가이드를 허물없이 대했다.




가이드는 관광지앞에 내려놓고 ‘몇시까지 어디로 오세요’ 하고 기다리다 합류하면 그만인데 우리 가이드는 달랐다. 우리는 가이드 혼자 있도록 두질 않았다. ‘가이드님 설명듣고 싶어요’ 하며 가이드를 계속 엄마 따라다니는 아이들처럼 쫓아다녔다. 마치 어미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처럼 22명의 멤버가 뒤를 따랐다. 복잡한 미로를 가이드님은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다니며 우리를 데리고 다녔다. 꼭 필요한 것만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몽셀미셸과 에펠탑에 올라갈 때, 그리고 세느강 유람선에서 일행이 떨어져 있어 불안해 할 때 가이드님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행을 챙겨 안전하게 보호해주었다. 유람선에서 내릴 때도 바로 찾을 수 있게 계속 기다려주었다. 돌아오는 샤를드골 공항에서 우리가 짐을 부치고 출국하기 바로 전까지 긴 시간 앉아 기다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일행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나도 악수할 때 뭐라도 더 따뜻한 말을 해 드리고 싶었는데 쑥스러워 그렇지 못했다.


이런 가이드님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완벽한 분이었다. 60대 중반의 나이인데 연륜이 느껴졌다. 예쁜 카페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우리 딸에게 꼭 가게 해주겠다며 남들이 약국갈 때 우리만 따로 카페에 데려다 주었다.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해결해주며 안내해주었다. 어떤 질문에도 유머러스하고 지혜롭게 대답해주었다. 능력있고 고마운 가이드분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걸어서 다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나라를 가면 주로 수도에 가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패키지로 가니 프랑스의 외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버스는 쾌적하고 편안했다.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 시원한 버스로 가면 무슨 왕비가 된 듯 기분이 좋았다. 50인승이라 여유가 있어 혼자 앉아 다니는 분도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호텔에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니 편하고 시간이 절약되었다. 소매치기에 대한 불안감이 없으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이번 패키지 여행은 잊지 못할 여행이 될 듯 하다. 사람의 생각은 유연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배웠다. ‘나는 패키지 여행은 절대 안 갈거야’라고 고집 부렸는데 이렇게 생각이 바뀌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이든 절대란 없고, 고집을 피울 이유도 없다. 생각은 그때 그때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그래야한다. 이런 가이드분만 만난다면 패키지여행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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