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시댁식구들과 함께 패키지로 푸켓에 갔다. 여러 가지로 불만족스러웠다. 음식의 질이 낮았다. 봉고에는 자리가 부족해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내내 내 무릎에 앉혀서 다녔다. 그 영향인지 패키지 프로그램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계속 자유여행으로 자유를 즐기며 여행했다.
딸이 프랑스를 가고 싶어 해 나라는 정했는데 자유여행으로 갈 자신이 없었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는 얘기가 흉흉하게 돌았고 실제로 주변에서 관련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올 5월에 시드니행 비행기에 핸드폰을 두고 내려 분실한 이후로는 자신감이 많이 다운되어있었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비상상황에 마음졸이고 놀라고 대처할 용기가 없었다.
망설이다가 한 유명 여행사에 들어가 프랑스 7일 일주라는 프로그램을 과감히 예약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몽생미셸’과 ‘베르사유궁’을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20년 전 파리에 이틀간 있었던 적이 있다. 추운 겨울이었고 루브르박물관을 갔던 기억밖에 없다. 아, 그리고 압도적인 에펠탑의 야경.
첫날 입국하니 현지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고 호텔로 바로 이동했다. 호텔은 3성급, 별 기대는 없었지만 소박하고 외곽에 있어 주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트도 20분을 걸어가야한다. 포기했다. 파리에 폭염이 찾아왔다고 해서 걱정 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무엇이든 현지에 나와봐야한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서 춥다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잘 때는 긴 바지를 추가로 입어야했다.
직원 중 프랑스 인은 거의 없었고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다. 다음날 조식은 크로와상과 뺑오쇼콜라,오렌지,사과,요거트 등으로 차려진 뷔페였다. 많이 먹질 못해서인지 나에겐 충분했다.
버스에 올라탔다. 패키지 여행을 꺼리는 이유가 버스로 이동을 한다는 거다. 버스 타는 걸 싫어하는데다 멀미도 할 수 있어 맨 앞자리를 고수했다. 다행히 속은 괜찮았다. 가이드는 말이 많았다.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말을 끊임없이 했다. 편안히 풍경을 감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피곤했다. 컴플레인을 걸어야하나 할 정도로 쉬지 않고 말을 했다. 프랑스의 역사, 문화, 사람들, 시사, 정치에 대해 끝도 없이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가이드님은 재미있는 사투리를 쓰셨는데 정감이 갔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고 어디서도 듣지 못한 파리 거주 30년 경력의 사람이 하는 말이라 신뢰가 갔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더 좋은 건 유머가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재미있고 조리있게 하니 다음 얘기가 궁금해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