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ttle one
제 71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2018)
감독: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주연: 사말 예스라모바
병원에서 유리를 깨고 탈출한다. 방금 낳은 아이를 놓아둔 채.
눈이 내린다. 야속하게도 하얀 눈이 어디에나 내린다.
모스크바로 이주해온 아이카는 성폭행으로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
큰 빚으로 쫓기는 신세라 일을 안 할 수 없다.
바로 닭 세척 공장으로 간다. 뜨거운 물에 닭을 넣었다 꺼내고 털을 뽑는다. 내장을 꺼낸다.
2주동안 일한 임금을 떼인다.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다. 하혈을 하며 겨우 겨우 집으로 걸어 들어간다.
겨우 몸 하나 누일 만큼 좁은 공간에는 최소한의 개인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는다.
겉모습만 호스텔인 공간에는 여러 명이 커튼을 치고 공동으로 생활한다.
불법이주자들이 숨어지내는 곳이라 창문도 어둡도록 무언가로 가려놓는다.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고향의 누군가와 통화한다.
아이카는 계속 하혈한다. 예전에 일했던 주유소에 찾아가 일자리를 구하지만 그녀를 위한 일은 남아있지 않다.
아이카를 제일 괴롭히는 건 젖몸살과 계속 걸려오는 전화다. 젖은 아이에게 물리지 않으니 불어서 몸살을 앓게 되고 전화는 빚 때문이다.
재봉가게를 연다고 돈을 빌렸는데 갚을 능력도 가게를 열 능력도 안되어 도망다니고 있다.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은 괴물처럼 그녀에게 입을 벌리고 달려든다. 해결할 능력도 조건도 안되는 아이카는 끝없이 눈을 맞으며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아이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은 속절이 없다. 그녀의 커다란 눈은 두려움과 절박함에 갈곳을 잃고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협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녀의 말투는 거칠고 행동은 두서가 없다.
불어오는 젖을 헝겊으로 싸매고 더러운 화장실에서 혼자 젖을 짠다. 옷은 금새 젖으로 젖어버리고 그렇게 젖은 몸으로 추운 거리에 내몰린다.
세상은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무엇을 잘못했나? 젖은 머리카락, 얼굴을 뒤덮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내쉬는 한숨, 걱정스러운 눈빛, 그녀는 이대로 살 수 있을까? 어디 한 군데도 그녀가 숨을 돌릴 구석은 없다.
빚을 갚지 않으면 언니의 손가락을 하루에 하나씩 잘라서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빚쟁이들, 그녀는 노력하지만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전화한다. 빚을 갚을 수 없고 아기가 있다고. 아기가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빚을 갚을 방법이 된다는 것이 슬펐다. 출산한지 5일되었고 강간당해 아빠는 없다고 담담히 말한다. 온갖 증명서를 챙겨서 차로 오라고 말하는 채권자들. 그녀는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눈이 휘날리는 거리로 나온다. 아기는 계속 울고 보챈다. 생후 5일된 아기. 그녀는 어느 건물안으로 들어가 아기를 달래고 그래도 아기가 계속 울자 앞섶을 헤치고 젖을 물린다. 아기는 바로 조용히 젖을 물고 정신없이 빤다.
하염없이 아이카의 볼을 적시는 눈물,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의 젖을 먹는 아기. 흐르는 눈물, 터진 눈물은 그동안 아이카가 참고 견디며 힘들었던 모든 감정을 조용히 말해준다. 무슨 꿈을 꾸고 왔는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꼬여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아이카. 뭔가를 이루기는커녕 떠나온 고향에서의 생활보다 못한 생활을 하는 아이카. 돈도 기댈 사람도 지낼 곳도 없이 떠도는 아이카.
카메라는 그녀를 밀착해 따라다닌다. 그녀의 커다란 눈, 힘들어하는 얼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 겹치고 겹쳐서 따라오는 불행. 그녀가 헤쳐나갈 새도 없이 그녀를 따라오는 불행들은 치우기도 전에 또 내려 쌓이는 눈과도 같다.
아름다운 하얀 눈이 이렇게 슬퍼보이기는 처음이다. 순백의 눈은 청결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내리는 불행과도 같다. 아이카는 쌓이는 눈과 불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카가 채권자들과 만나는 결말은 나오지 않는다. 자기가 낳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폭풍처럼 몰려오는 감정에 둘러싸인 아이카는 아이를 순순히 내 줄 수 있을까? 이제는 아기를 안고 도망을 칠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이 아리고 슬프다.
아이카를 편안하게 웃게 할 방법을 없을까? 눈도 멈추고 그녀의 불행도 멈추었으면 좋겠다. 아이카의 아름다운 눈이 더 이상 두리번 거리지 않고 안주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