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서 서로 미워하는
◕ 신성한 나무의 씨앗 ◔

The Seed of the Sacred Fig

by 글로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미삭 자레 주연

77회 칸영화제 특별상


인도보리수 나무는 새가 배출한 씨앗이 다른 나무에 안착하면 거기서 뿌리를 뻗어 땅을 향해 자란다. 숙주였던 나무는 가지로 휘감아 죽이고 이 신성한 나무가 비로소 홀로 선다.




이만은 혁명재판소 판사로 승진하지만 판결에서 패배한 이들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가족은 부인과 딸 둘이다. 항상 몸가짐, 입조심하라고 하는 등 주위의 경계가 삼엄하다. 사형기소장에 서명하지 않으려는 이만은 결국 하루에도 몇백건의 사형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독재자를 처단하라는 시위에 가담한 자들이 경찰서로 물밀 듯이 잡혀온다. 그 현장에 있던 딸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


산탄총이 수십 알 박힌 친구 사다프를 레즈반은 집으로 들이고 엄마는 총알을 하나 하나 빼내준다. 엄마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한다. 사다프는 기숙사로 돌아가지만 다시 어딘가로 보내진다.


아빠의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만 이 집안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울한 얼굴로 집에 돌아오는 남편과 딸들 단속에 신경이 예민해진 엄마, 아직 정의와 우정이 살아있는 딸 둘은 어디에도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다.





부부방 서랍에 넣어둔 총이 갑자기 없어진다. 이만이 출근하려고 서랍을 열어보니 총이 없다. 아이들을, 특히 자신과 체제에 반항한 큰 딸 레즈반을 의심한다. 소지품을 탈탈 없어 수색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총을 분실하면 최소 징역 3년형이다. 이만이 동료에게 얘기하니 입장이 곤란하다며 반드시 찾아내라고 한다. 심리와 몸짓을 분석하는 알리레라에게 부인과 두 딸을 보내라고 제시한다.


모녀는 심리상담가에게 보내진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집중하게 한 후 취조한다. 엄마는 딸 둘에게 애원도 하고 화도 내며 이제 그만 총을 내놓으라고 말하지만 딸들은 오해 받는게 억울하다고 소리지른다. 온라인에 갑자기 이만의 신상이 공개된다. 불안감을 느낀 이만은 가족을 데리고 고향으로 피신한다. 차 뒷 칸에서 언니에게 총을 보여주는 동생 ‘사나’, 어찌할 줄 모르다 차 좌석에 놓고 내린다.


이만이 부인을 앉혀놓고 취조한다. 카메라로 촬영하며 언제 어디에 숨겨놓았냐며 따지자 부인이 거짓 자백한다. 자신이 운하에 버렸다고. 하지만 남편은 부인이 거짓말 하는 것을 눈치챈다. 이번에는 큰 딸이 자신이 숨겼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만은 폭발한다. 자신을 기만하는 가족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지하 방에 가둔다. 이런 상황에 불만과 불안을 느낀 막내 사나는 총을 가지고 밖으로 도망친다. 아빠가 밖을 나온 틈을 타 언니와 엄마를 탈출시키고 셋은 동굴이 촘촘이 집이 되어있는 곳으로 도망친다. 아빠는 셋을 추격한다. 드디어 쫓고 쫓기다 ‘사나’와 아빠가 마주한다.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너 총 쏠 줄 알아?”

“응, 장전돼 있어”


이만은 동료에게서 여분 총을 호신용으로 받은 상태다. 결국 불만을 터뜨리며 얘기하던 사나는 흥분해 아빠를 쏘고 다리를 맞은 이만은 아래로 떨어져 즉사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왜 엄마에게 항상 명령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건 반대만 하냐며 따져 묻던 사나는 아빠의 총을 훔쳐 소지하고 있었던 거다. 레즈반을 의심하던 엄마와 아빠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했을 것이다. 부유하고 화목했던 가족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상승된 아빠의 신분 때문에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숨어지내야 하고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고 외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자 아빠는 세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체제와 권력에 반항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두루두루 살피며 가정을 온화하게 혹은 단호하게 이끌어가는 엄마를 딸들은 답답하다고 느낀다.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레즈반에게 자신의 가족만 생각하는 엄마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승진했지만 밤늦게 들어오고 자신들과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 아빠 역시 딸들의 눈으로는 답답해보였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 백명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에 서명을 해야 하는 이만의 정신적 고통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부인을 동굴집에서 발견했을 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다. 거짓말을 했다고 사람을 가두기까지 했으니 이제 가족은 파탄 난 형국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듯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가족들에게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들자 본색을 드러내는 이만의 모습. 완력으로 여자 셋을 괴롭힌다. 그러다 결국 죽음을 맞는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다 이 가정은 파멸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지나친 욕심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시대를 탓하며 체제에 순응했던 이만의 잘못일까?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다 오히려 공멸한 경우이다.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무엇이 불만이냐는 아빠와 억압하지 말라는 딸들 사이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건이다. 사춘기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수준을 넘어선 종말. 이들의 가정에 남은 건 인간에 대한 불신과 환멸뿐이다.


가족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가족이기에 숨겨야하는 것들도 있다. 타인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것을 가족에게는 바라고 있다. 그만큼 실망이 클 것이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서로 미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의 의견이 꼭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대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자라나는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 소통의 문제점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영화다. 몰입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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