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로 살아보기
◕ 에밀리아 페레즈 ◔

by 글로


자크 오디아르 감독, 칼라 소피아 가스콘 주연

제 7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 (2024)


멕시코의 리타 모라 변호사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당한다. 끌려간 곳에서 만난 마니타스.

비밀임무를 수락하면 거액을 준다고 제안한다. 마니타스는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임무는 철저히 아무에게도 노출되지 않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찾으라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리타는 방콕에서 성전환수술 전문병원을 찾는다. 위험도, 유방성형, 후두성형에 대해 알아본다. 텔아비브에서 와서먼 박사를 만난다. 리타도 마니타스와 같은 방법을 쓴다. 들으면 받아들이는 거라며 억지를 쓴다. 와서먼 박사와 만난 마니타스는 자신의 과거를 얘기한다.


“내 속엔 내가 둘이 있어요. 나 자신과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짐승.

돼지우리 출신의 삶이 어떤지 알아요? 마니타스가 되기 위해 더 악한놈이 되야하죠.

더는 그렇게 못살아요. 죽을 생각도 많이 했죠. 진짜 삶을 살지도 않고 죽는 건 억울해요.

자연은 허락하지 않은 내 진짜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내가 속한 사회에서는 너무 힘든 일이죠”


돈도 실컷 벌고 사람도 실컷 죽이고 탐욕도 실컷 채웠지만 남은 건 텅 빈 공허함뿐이라고 말한다. 마니타스에게는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다. 스위스 로잔으로 식구들을 옮겨 살게 하고 수술을 받는다.





4년 뒤 런던에서 리타는 한 중년부인을 만난다. 그녀는 다름 아닌 마니타스. 마니타스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되어있다. 리타는 마니타스가 자신을 해치러 온 거라 오해하고 피하려 하지만 마니타스는 미소를 짓는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부탁할 것이 있다며 접근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로 와 달라는 것이다. 부인이었던 제시에게는 날 자매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아이들에게는 고모라고 말한다.


NGO단체를 운영하며 마약 카르텔의 피해를 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부자들을 부른다. 거기에서 리타는 실컷 떠들기만 하는 인간들, 이제는 대가를 치를 거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남편이 성전환수술을 해서 여자로 자기 앞에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부인은 바람피운 얘기까지 한다. 에밀리아는 매우 못마땅해한다. 제시가 결혼한다고 하자 에밀리아는 사람을 시켜 상대인 남자를 얼씬 못하게 손을 쓴다. 그러나 그 다음날 에밀리아는 차에서 납치 당한다.


에밀리아의 잘린 손가락이 리타에게 배달된다. 리타는 자신이 아는 도울만한 사람들을 부르고 한바탕 총질이 이어지고 에밀리아는 차 트렁크에 실린다. 에밀리아와 제시 그리고 그의 결혼상대 남자는 차 안에서 옥신각신 다툼을 벌이다 벼랑으로 추락한다. 결국 모두 종말을 맞이한다.


붙잡힌 에밀리아는 제시에게 고백한다. 널 처음 만났을 때가 17살이었고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했는지 말한다. 제시는 당신 누구냐고 의아해하고 전 남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반은 여자, 반은 남자 반은 아빠, 반은 고모.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을 마니타스의 괴로움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트렌스젠더들의 아픔과 혼돈을 극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내더라도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마니타스의 몸부림이 잘 드러난 영화다.




마약 카르텔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끌려가고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이 잘 그려졌다. 마니타스가 여자가 된 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모습들은 감동적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완벽히 찾아낸 후 비로소 남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있다.


성을 바꾸는 것 뿐 만 아니라 자신의 꿈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혹은 미래가 불투명해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인간은 먹고 자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 정신적 만족이 생긴다.


모든 어려움을 겪어내면서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했던 마니타스의 모습은 용기 있는 자들의 것 그대로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 힘든 과정은 필수인가보다. 설렁설렁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마니타스는 마지막에 부인에게 용서를 구한다.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부인을 불쌍해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킨 것이다. 남들의 희생 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방법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삶은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인 입장에서의 체험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이나 말로만 그린다면 그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마니타스의 고백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부터, 평생 그리고 원하고 소망하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행복과 불행을 떠나 용기있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시밭을 걸어본 사람은 적어도 진정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마니타스가 에밀리아가 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게 묘사된다. 마초 남자에서 우아한 중년 여인으로의 변신을 연기한 배우가 놀라웠다. 그녀의 삶은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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