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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06. 2024

해녀의 부엌 첫번째 이야기

해녀이야기

“우리한테 바다가 뭐냐고?”

 

“뭐긴, 우리 부엌이지.”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고 팜플렛에 적혀있다. 제주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해녀의 부엌’.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독특한 공간이다. 140분간 공연과 식사가 이루어진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밥을 주는 공연을 좋아한다. 이곳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공간은 20여 년 전 활선어 위판장으로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촌인이 줄고 해산물 판매도 뜸해지자 어둡고 인적이 드문 창고로 변해버렸죠. 시간이 멈춘 이곳을 청년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해녀의 숨을 넣은 ‘해녀 극장식 레스토랑’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해녀의 부엌은 일본 수출에 의존해 저평가된 제주 뿔소라 산업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나아가 해녀의 숨이 묻은 제주 해산물이 세계인의 식탁에서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녀의 부엌은 연극을 관람하면서 각자에게 준비되는 한상차림을 즐기는 ‘부엌 이야기’, 해녀와 직접 대화하는 토크쇼 중심의 ‘해녀 이야기’ 등 두 종류의 공연과 다이닝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해녀의 삶이 담긴 공연과 그들이 직접 준비한 맛 깔진 음식으로 진정한 제주를 경험하세요. 종달 어촌계와 청년 예술인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해녀의 부엌 팜플렛 재중-     


처음에 들어갈 때는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 매우 긴 식탁 세 개가 ㄷ자 모양으로 놓여 있다. 공연시간이 되자 불이 꺼진다. 가운데 공간에 나타난 두 젊은 배우. 남편을 잃고 삶의 의욕을 놓아버리려는 주인공 해녀. 힘들어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어떻게든 다시 물질을 하자며 용기를 주는 또 다른 해녀. 그 둘은 구성진 제주 사투리로 연극을 끌어간다. 서로 힘들 때 위로하며 붙잡아 주는 자매같은 관계다. 그렇게 친한 동생이 버팀목이 되어 주인공 해녀는 기운을 차린다. 자신만 바라보는 어린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굴곡진 삶은 그녀를 다시 절망하게 만든다. 바다가 제일 친한 동생 같은 해녀를 삼켜버린다. 슬퍼하며 울부짖는 해녀. 아무리 고난의 파도가 밀려와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우리네 인생을 대변하는 주인공 해녀는 그 이후로도 꿋꿋이 인생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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