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난 후에 해산물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뿔소라와 군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두 분의 해녀가 나와서 두 가지 해산물을 소개했는데 뿔소라는 들어봤지만 군소는 처음 듣는 생물이었다. 군소는 잘 잡히지 않아 귀하다고 한다.
여운을 주는 연극과 해산물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식사시간이다. 약 45명 정도의 식사를 어떻게 이끌어가나 궁금했다. 해산물 뷔페가 차려졌다. 양쪽으로 똑같은 메뉴가 차려지고 동선도 정해줘서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처음 나온 메뉴는 담백한 흑임자톳죽이다. 뷔페에 차려진 음식은 전복, 군소, 상웨빵, 야채, 흑돼지구이, 우뭇가사리 양갱, 톳 계란말이등이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성게미역국과 갈치조림도 나왔다. 설명을 들은 군소를 먹어보았는데 입맛에 맞았다. 해녀들은 음식솜씨도 좋은가보다. 군소 무침을 어찌나 맛깔나게 요리하셨는지. 특이하고 고급진 해산물뷔페 식사를 마치고 해녀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미리 나누어준 질문지에 딸이 궁금한 것들을 적었다.
해녀와의 토크
1. 숨을 몇 분까지 참을 수 있나요?
2. 1930년대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가는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으셨을 텐데 원동력이 되는 건 무엇이었나요?
해녀분이 나오셨는데 91세라고 한다. 89세까지 물질을 하셨단다.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질문지 중 두 개를 뽑으셨는데 우리 딸이 적은 질문지가 선택되었다. 딸이 여러 가지를 깨알같이 적어 놓아서 1번에 대한 답변만 하셨다. 물속에 시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제주도에서만 물질을 하신 것이 아니고 원정까지 가셨단다. 우리나라 부산, 통영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가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또한 할머니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숨만큼만 하셨다는 것이다. 욕심을 내어 자신이 이기지 못하는 숨까지 참다가는 질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무한한 일들은 얼마나 우리를 숨이 턱에 차게 만드는가? ‘우리 숨만큼 해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한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그래서 다들 ‘숨을 못 쉬겠다. 힐링이 필요하다’ 외치는 것인가보다.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뉘는 해녀들의 분류도 궁금했는데 깊은 바다 속까지 들어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가 상군으로 불릴터이다. 그런데 이것이 훈련을 하거나 연습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타고 나는 것이란다. 우리도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기관이 더 튼튼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신체 구조나 건강한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다. 할머니는 노래도 한 곡조 하셨다.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셨다. 가사 중 ‘해녀대합실’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해녀분이 부르니 노래와 가사가 더 실감이 났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한 탓에 우리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식당에서 나와 주변을 한참 둘러보았다. 열심히 해안가를 걸으며 구경을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돌고래 왔어요.’ 그러면서 자꾸 바다쪽을 가리킨다. 우리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계속 우리가 못 알아보는 게 답답한지 손짓을 하며 바다를 쳐다보라는 것이다. 바다를 계속 응시하던 우리는 물결 위로 뾰족뾰족 무엇인가 표류하듯 위로 솟아오르며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한순간 보이지 않던 돌고래의 지느러미를 알아차렸다. 대여섯 마리의 돌고래가 계속 숨을 뿜어내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게 왠 행운인가? 배를 타고 나가서 가까이서 보는 건 더 좋았겠지만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바다 속 돌고래를 멀리서나마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돌고래가 왔다는 소식을 알려주신 분은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분인데 잠깐 밖에 나왔다가 바다에 돌고래들이 온 걸 발견하시고 우리에게 알려주신 거다. 그분이 얘기해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눈을 뜨고도 돌고래가 있음을 알지 못했을 거다. 여행은 이렇게 우연과 누군가의 친절로 더 재미있고 빛이 나는 것이다. 아쉽지만 마음 한가득 보물 같은 추억을 안고 발길을 돌려 차에 오른다.